[광주세계수영] 오픈워터 대표팀, 매직펜으로 'KOREA' 적고 출전
수영연맹, 오픈워터 선수들에게 규정에 어긋나는 수영모 지급
경기 30분 전 퀵서비스로 임시 수영모 공수…"많이 벗겨졌다"
(여수=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오픈워터 대표팀 백승호(29·오산시청)와 조재후(20·한국체대)는 13일 전남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오픈워터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남자 5㎞ 경기를 앞두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선수들은 경기 전 수영복, 손발톱 검사 등을 받다가 수영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았다.
FINA 규정에 따르면, 오픈워터 선수들은 수영모에 국가명만 적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수영모엔 태극기가 새겨져 있었다.
경기 담당관은 "이 수영모를 착용하고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며 "새 수영모를 쓰고 오든지, 기권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극기가 새겨진 대표팀 수영모는 대한수영연맹이 지급한 물품이었다. 연맹은 국제규정을 확인하지 않고 수영모를 오픈워터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16일 여수에서 만난 백승호는 "너무 황당해 아무런 생각도 안 났다"며 "첫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회가 날아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당한 건 대표팀 코치진도 마찬가지였다. 코치들은 급하게 지역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아무런 마크가 없는 수영모를 공수했다.
수영모는 경기 시작 30여분을 남기고 퀵서비스 기사를 통해 대표팀에 전달됐다.
백승호와 조재후는 자원봉사자가 갖고 있던 매직펜으로 수영모에 'KOREA'라고 적은 뒤 급하게 경기에 출전했다.
연맹의 안일한 행정과 무심함이 낳은 촌극이었다.
오픈워터 수영모 문제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최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선수들의 기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이즈가 맞지 않은 수영모를 착용한 탓에 선수들은 흘러내리는 수영모를 붙잡고 경기를 해야 했다.
백승호는 "수영모가 계속 머리에서 벗겨지더라. 매우 아쉬웠다"고 말했다.
첫날 황당한 소동을 겪은 오픈워터 대표팀은 14일 경기부터 제대로 된 수영모를 착용하고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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