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뮬러 때리기'…뮬러 증언 빅이벤트 앞두고 여론전
뮬러가 FBI직원의 '트럼프 비방' 문자메시지 없앴다는 주장 되풀이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이 오는 24일 의회에서 처음으로 공개 증언을 하는 것으로 확정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뮬러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 전역에 생중계돼 미국인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빅 이벤트'에 앞서 여론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미 언론은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13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2016년 미 대선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 직원 문자메시지 삭제 사건을 언급하며 "가장 끔찍한 학대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불륜 관계였던 FBI 수사관 피터 스트르조크와 FBI 변호사 리사 페이지가 트럼프 후보를 '바보', '역겨운 인간'이라고 깎아내리고 '친(親)민주당' 성향을 드러내는 문자메시지 수백 건을 주고받은 사건을 끄집어낸 것이다.
스트르조크는 대선 후 이 일이 들통나자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아 몸담고 있던 뮬러 특검팀에서 하차한 데 이어 결국 해임됐다. 그러나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FBI 업무용 휴대전화의 기술적 결함 때문에 FBI 아카이브에 저장 또는 업로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문자메시지들이 (저장돼 있다면) 모든 것을 말해줬을 것"이라며 "문자메시지가 뮬러 특검에 의해 삭제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이런 주장을 펴는 보수단체 '주디셜 워치'(Judicial Watch)가 올린 관련 영상과 글을 11건이나 리트윗(전달) 형식으로 자신의 트위터에다 올렸다. 뮬러 특검의 수사는 "대통령을 공직에서 부적절하게 제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주장 등이 담긴 것들이다.
이와 함께 폭스뉴스 간판 앵커이자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인 션 해니티가 전날 밤 프로그램에서 뮬러 특검의 의회 증언을 비판하는 방송을 하자, 이 프로그램의 비디오 클립 3건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뮬러 특검이 문자메시지를 삭제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뮬러가 하원 법사위와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처음으로 공개 진술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온 지난달 처음 제기됐다.
그는 보수언론 인터뷰와 트위터를 통해 "뮬러는 스트르조크와 페이지 사이의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마치 아무것도 보지 않았던 것처럼 노래했다"며 "그들의 문자메시지를 없앤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팩트체크를 통해 뮬러 특검은 두 사람의 '반(反)트럼프' 문자메시지를 삭제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그가 불법적인 일에 관여했다고 말할 근거도 없다고 보도했다.
한편 뮬러 특검의 의회 진술은 오는 17일로 예정됐다가 여야 합의로 일주일 연기됐다. 그의 증언은 법사위 3시간, 정보위 2시간 등 5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법사위는 청문회 시간이 애초보다 1시간 늘어남에 따라 소속 위원 모두에게 질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2년여에 걸쳐 의혹을 파헤친 뮬러 특검의 공개 증언을 계기로 '트럼프 탄핵' 바람이 거세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24일 청문회 이후로 의회가 한 달간의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모멘텀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
뮬러 증언이 마뜩잖은 공화당이 청문회 시간을 늘리려는 민주당에 동의해주면서 청문회 날짜를 뒤로 미뤄 파장을 축소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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