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부상에도 완주한 오픈워터 백승호 "가족 생각하며 참았어요"
다른 선수 팔꿈치에 맞아 코 부상…숨 잘 못 쉬는 상황에서도 5㎞ 완주
경기장 찾은 '배구 스타' 아내 배유나 "고생한 남편 자랑스러워"
(여수=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가장으로서,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창피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어요."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레이스를 마친 백승호(29·오산시청)의 코는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13일 여주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린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오픈워터 남자 5㎞ 경기.
대회 첫 금메달이 걸린 이 레이스에 백승호는 조재후(20·한국체대)와 함께 출전했다.
당초 30위 안쪽을 목표로 했던 그는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48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백승호는 "훈련량은 충분했는데 실전 경험이 없다 보니 초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며 "한번 차이가 벌어지니 물살 때문에 쫓아가기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출발 직후 몸싸움 과정에서 그는 다른 선수의 팔꿈치에 코를 맞았다고 했다.
"한번 부딪히고 나니 코로 숨이 안 쉬어졌다"며 "눈물도 핑 돌아서 물안경을 잠깐 벗었는데 바닷물이 들어와 더 당황했다"고 밝혔다.
이어 "초반에 꼬이고 나니 근육도 말리고 맥박도 엉켜 페이스가 무너졌다"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 초반부터 백승호는 선두 그룹보다 꽤 뒤처졌다. 정상적인 호흡도 불가능했다.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가족과 태극마크의 무게를 떠올렸다.
그는 "가장으로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창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이런 생각 덕분에 끝까지 경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백승호의 아내이자 배구 스타인 배유나(한국도로공사)는 경기장을 찾아 남편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지난 4월 백승호와 결혼식을 올렸지만, 함께 보낸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백승호는 이번 대회를 위한 훈련에 돌입했고, 배유나도 어깨를 수술한 후 재활에 몰두하면서 바쁘게 지냈기 때문이다.
배유나는 "신혼을 즐기고 싶은데 시간이 없었다. 아직 신혼여행도 못 갔다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쉽지만, 남편이 이런 좋은 대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유종의미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응하던 그는 남편의 부상 이야기를 듣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많이 심해요? 얼마나 다쳤어요?"라고 연신 묻기도 했다.
그는 "나도 운동선수이기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잘 안다"며 "이런 큰 대회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치른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백승호와 함께 레이스를 마친 조재후는 "이번이 첫 공식경기였는데, 다른 선수들이 너무 빨라서 놀랐다"며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오픈워터는 몸싸움 때문에 힘들지만, 또 그만큼 경영과 다른 매력이 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으면 계속 이 종목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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