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장맛비에 산불피해지 지반 '푹'…뜬눈으로 밤새운 이재민
고성 일부 마을 응급복구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 "산사태 날까 불안"
(고성=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벌채도 안 됐고, 아직 아무런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하죠."
밤사이 200㎜ 안팎의 장맛비가 쏟아진 11일 강원 고성군 산불피해지 일대 야산이 물을 잔뜩 머금으면서 주민들이 산사태를 염려하고 있다.
응급복구가 가장 시급했던 인흥3리는 축대벽 공사만 남겨두고 있어 걱정을 덜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린 다른 지역은 벌채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은 용촌1리 주민 김모(48)씨는 살벌하게 쏟아지는 빗줄기에 지난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하며 마을 뒷산을 수차례 왔다 갔다 했다.
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교회와 주택 서너채가 있고, 임시조립주택도 2채가 있어 산사태가 일어날 경우 피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용촌1리는 아직 응급복구 대상지 중 하나지만, 산사태 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아직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새카맣게 탄 나무들이 그대로 있어 주민들로서는 불안하다.
김씨는 "산사태라도 나면 이동식 주택이 무슨 힘이 있느냐"며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지만 이렇게 잔뜩 물을 머금고 있다 보면 산사태 등 제2의 피해가 생길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내린 비의 양에 비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게 다행"이라며 "하루빨리 응급복구를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인흥2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당장 무너져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같은 장맛비가 한두 번만 더 오면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주민 이모(47)씨는 "아침에 올라가 봤는데 흙도 조금 쓸려 내려오고, 깎여 나간 부분이 눈에 띄었다"며 "산 가까이에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가구도 있어 빠른 응급복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웃 마을이자 응급복구 1순위로 꼽힌 인흥3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고성군은 지난 3일 녹화 마대와 풀을 이용한 사면 정비와 수로 만들기 작업을 끝내고, 보강토 축대벽 공사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장마로 발이 깊숙이 빠질 정도로 지반이 약해진 탓에 토사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어 비구름대가 걷히면 곧장 축대벽 공사가 시작돼야 하는 상황이다.
군은 이달 중으로 인흥3리 축대벽 공사를 마무리 짓고, 용촌1리 등 다른 응급복구 대상지도 본격적으로 응급복구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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