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화지산 유적서 백제 초석 건물터 3동 추가 발견
"건물과 회랑 연결돼"…계단식 토지 조성 기법도 확인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백제가 부여에 도읍을 둔 사비기(538∼660) 이궁(離宮) 터로 거론되는 화지산 유적(사적 제425호)에서 초석 건물터 3동이 추가로 확인됐다.
부여군과 백제고도문화재단(원장 박종배)은 지난 2월 부여 궁남지 동쪽에 있는 화지산 유적 서쪽 사면에서 시작한 제6차 발굴조사를 통해 지난해 조사에서 찾은 초석 건물터 3동과 연결되는 또 다른 백제시대 건물터 3동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건물터 6동은 모두 서쪽을 보는 서향(西向)이며, 초석 형태는 원형·직사각형·사각형 등 다양하다.
심상육 백제고도문화재단 책임조사원은 "부여에 있는 백제 건물은 대개 남북 방향인데, 화지산 유적 서사면 건물은 모두 동서 방향인 점이 특이하다"며 "서사면에 오르면 궁남지와 군수리 사지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특히 올해 조사 유적 중 2호 건물터로 명명한 유적에 주목했다. 길이가 대략 가로 8m, 세로 5.3m인 건물터 양옆에는 1칸짜리 건물터들이 있다.
심 조사원은 "2호 건물터 용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건물터 좌우에 있는 1칸 건물터는 회랑일 확률이 매우 높다"며 "초석을 보면 2호 건물터는 정교하게 가공하지 않았으나, 회랑으로 보이는 건물터는 잘 다듬었다"고 강조했다.
2호 건물터에서는 초석과 초석 사이에서 건물 벽체를 조성하기 위한 시설인 고맥이가 확인됐고, 기와 30여 장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 듯한 모습으로 출토됐다.
아울러 건물터 앞쪽과 뒤쪽에는 배수구를 뒀는데, 배수구에서도 많은 기와와 토기가 나타났다.
이러한 건물들은 경사면 암반을 L자 모양으로 깎은 뒤 수평을 맞춘 계단식 토지에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지난해 조사 중 건물터 부근에서 확인한 구덩이 유적의 토양 시료를 분석한 결과, 회충과 편충이 나왔다고 재단은 전했다. 이 구덩이 유적에서는 많은 식물 씨앗이 발견되기도 했다.
심 조사원은 "구덩이를 화장실로 썼을 가능성이 있으나, 거름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했을 수도 있어서 아직은 성격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지산 유적은 2000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굴을 시작해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건물터와 분묘, 목책시설이 나와 사적으로 지정됐다. 2016년 조사에서는 나무 삽 10여 점이 출토돼 주목받았다.
삼국사기에는 의자왕 15년인 655년 '왕궁 남쪽에 망해정(望海亭)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는데, 화지산 유적이 망해정이 있던 곳으로 전한다.
심 조사원은 "화지산 유적 건물 성격과 규모가 조금씩 파악되고 있다"며 "올해 조사는 8월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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