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서 가치 상승한 2루타…'2루타 2개가 홈런 1개보다 소중'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남긴 "홈런 1개가 2루타 2개보다 훨씬 낫다"는 말은 적어도 올해 프로야구 KBO리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잡스는 물량보다 품질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비유했다. 실제 많은 안타보다 결정적인 홈런 몇 방이 경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잡스의 명언은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반발계수를 줄인 새 공인구를 도입한 올해 KBO리그에서는 2루타를 양산해야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홈런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443경기를 치른 10일 현재 생산된 홈런은 637개로 작년 비슷한 경기 수(441경기) 때 나온 1천16개보다 379개나 줄었다.
홈런이 급감한 탓에 10개 구단 타자들의 장타율도 0.443에서 0.387로 5푼 이상 떨어졌다.
2루타도 작년 1천629개에서 1천441개로 줄었지만, 감소 폭은 홈런보다 적다. 새 공인구가 '타고투저'를 '투고타저'로 바꿔놨어도 2루타는 예년만큼 터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장타의 대명사인 2루타와 홈런은 방망이에 정통으로 정확하게 맞아야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인구의 변화로 득점과 직결되는 홈런이 줄었기에 득점 찬스를 만드는 2루타는 더욱 소중해졌다.
올해 KBO리그 타격 항목 상위권엔 2루타를 많이 친 선수가 포진했다.
타점 1위(80개)를 질주하는 제리 샌즈(키움 히어로즈)는 2루타도 29개를 쳐 1위를 달린다. 샌즈는 홈런도 17개를 쳐 이 부문 공동 3위에 올랐다.
김하성이 27개의 2루타로 동료 샌즈를 바짝 쫓는다. 3위는 데뷔 때부터 홈런보다는 정확한 타격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26개)다.
정교한 타격에 집중하는 세 선수는 타율 3할 이상을 친다.
지난 5월 중순 KBO리그에 데뷔한 KIA 타이거즈의 이방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는 다른 선수들보다 절반 가까이 적은 경기에 출전했는데도 2루타 16개를 쳤다.
KIA는 "우리 팀 사정에 잘 맞는 타자"라며 터커에게 만족감을 보인다.
외국인 타자를 교체한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는 이런 추세를 반영해 홈런보다는 2루타를 더 많이 칠 수 있는 선수를 뽑아왔다.
신규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최대 100만달러로 묶여 각 구단은 시즌 중반 교체로 데려온 선수에겐 많은 돈을 줄 수 없다. 홈런 타자를 영입하지 못할 바엔 2루타를 많이 칠 수 있는 선수가 낫다.
토미 조셉(LG)과 크리스티안 베탄코트(NC) 모두 정교함이 부족해 팀에서 쫓겨났다.
유강남과 더불어 팀 내 최다인 홈런 9개를 친 조셉은 2루타는 고작 3개만 때렸다. LG는 이 점을 아쉬워했다.
베탄코트는 2루타와 홈런을 8개씩 쳤지만, 2할대 초반의 타율로 득점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LG가 새로 계약한 카를로스 페게로는 2년 전이긴 하나 2017년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 이글스에서 홈런 26개에 2루타 17개를 친 좌타 거포다.
NC 유니폼을 입은 제이크 스몰린스키는 올해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홈런 12개와 2루타 18개를 쳐 다이노스 관계자의 시선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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