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관계 악화에도 '전경련 패싱' 여전…여당도 외면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로부터 외면받는 처지에서 벗어날 것이란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이른바 '전경련 패싱'은 여전했다.
청와대는 10일 30대 대기업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와 경제단체 4곳을 불러 일본의 조치에 대응하는 논의를 벌였지만, 전경련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으나 초청 명단에는 GS그룹 총수로 이름이 올랐다.
전경련이 이날 회의에 초청받는지에 관심이 쏠린 것은 전경련이 한일 민간 경제외교의 주요 채널 역할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과 공동으로 1983년부터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양국 간 민간 고위 경제인의 협력 채널인 이 회의는 2007년 23회 한일재계회의 이후 양국 관계 악화로 중단된 바 있다
이후 2014년 허창수 회장이 도쿄를 방문해 당시 게이단렌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을 만나 7년 만에 회의 재개에 합의했고, 같은 해 서울에서 24차 회의를 시작으로 다시 매년 개최하고 있다.
두 단체는 양국 수교 50주년인 2015년에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도쿄에서 공동개최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한일재계회의와 별도로 2017년에는 한일 제3국 공동진출 세미나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일본 취업 세미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활발하게 교류해왔다.
전경련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 이후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민간 차원의 경제외교를 펼쳐왔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6월에 이오 올해 3월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과 간담회를 가졌고, 전경련은 지난해 11월 일본 게이단렌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을 초청해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아울러 올해 4월에는 한일 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 좌담회를 열었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교류 위축 가능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전경련은 이날도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이란 긴급 세미나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세미나의 축사를 맡을 예정이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의락 의원이 긴급히 일정을 취소해 이번 세미나에 정부와 여당 쪽 참석자는 없었다.
이밖에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나 노동단체를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전경련은 방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박용만 회장과 간담회를 가졌고, 오늘 11일에는 경총을 방문할 예정이나 전경련에는 공식 방문일정을 전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야 할 시기에 전경련을 외면하는 것은 아쉬운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대기업 관계자는 "5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해 대표성이 약해진 지 오래돼 전경련 패싱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구보타 마사카즈 게이단렌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경련과 예정대로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는 등 한국 경제계와 교류를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수출통제 방침에는 일본 정부와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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