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명문 마랑고니 학생들이 韓직물로 만든 옷, 伊서 집중조명
밀라노 '우니카'서 꽃핀 코트라-마랑고니 합동 프로젝트
"한국 직물 부가가치 제고 효과…협력 지속"
(밀라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경제와 문화의 중심 도시인 밀라노 서부 외곽에 자리잡은 대형 행사장 '로 피에라'.
2019 밀라노 국제직물전시회 '우니카'(Unica)가 개막해 전 세계 패션·섬유 업계 관계자들이 결집한 이곳에서 올해는 유독 한국 전시관에 이목이 쏠렸다.
한국관 한 켠에 밀라노에 자리잡은 세계적인 패션 학교 '마랑고니' 재학생들이 한국산 직물을 이용해 만든 참신한 의상 5벌이 조명 아래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서였다.
전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성복과는 다른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촉망받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의상에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상당수가 이들 작품 앞에 머물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마랑고니 재학생들이 선보인 이 옷들은 코트라가 마랑고니와 손잡고 작년 10월부터 추진한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작년 로마 방문에 맞춰 마랑고니와의 협력 사업을 시작한 코트라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제조한 직물을 차세대 패션 산업을 이끌 마랑고니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이들이 만든 의상을 '우니카'에서 선보일 경우 한국 직물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번 사업에 착수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마랑고니 측에 한국 중소기업이 생산한 직물 샘플 수백 종을 보낸 뒤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직물의 우수성에 반한 학교 측이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협업이 급물살을 탔다.
코트라는 한국섬유수출입협회와 손잡고 마랑고니가 선택한 옷감 20종을 각각 10m씩 무상으로 제공했고, 이를 이용해 마랑고니 재학생 20명이 지난 5월 말 완성한 의상 20벌을 상대로 심사를 해 이 가운데 5벌을 이번 우니카에 전시했다.
코트라는 전시 개막식을 맞아 이 5벌의 주인공인 마랑고니 학생들에 대한 시상식을 열고, 갤럭시 S10 최신 휴대폰을 상품으로 증정했다.
수상자는 이탈리아인 2명, 중국인 2명, 독일인 1명이며, 이들의 성별은 남학생 2명, 여학생 3명이다.
수상자 중 한 명으로 뽑힌 피에트로 파다는 "한국 직물을 의상제작에 사용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소재가 옷을 만들기 편해 큰 도움을 받았다"며 "가위로 잘라도 섬유가 풀어지지 않고, 조명을 받으면 은은한 빛이 나서 의도한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매끈한 비닐 느낌의 소재를 이용해 1960년대 후반, 1970년대 초반 풍의 캐주얼 한 분위기의 옷을 선보인 파다는 올 여름 마랑고니 졸업생 가운데 '최고의 디자이너'로 뽑힌 실력파이기도 하다.
현재 명품업체 미소니 입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그는 "이런 질감의 직물을 여기서 직접 구하려면 쉽지 않은데, 코트라의 지원 덕분에 원래 구상에 딱 맞는 직물을 이용해 원하는 옷을 만들 수 있었다"며 흡족해 했다.
바르바라 토스카노 마랑고니 교장은 "학생들의 제작에 필요한 직물을 세심하게 공급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코트라에 감사한다"며 "코트라와의 특별한 협력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자리를 함께 한 이정일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공사는 "모두가 인정하듯이 이탈리아 패션 산업은 세계 최고이고, 한국의 섬유 산업 역시 오랜 역사와 함께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탈리아의 패션과 한국의 직물이 만나는 협업이 이어지면 두 나라의 장점이 잘 융합된 새로운 패션이 창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한 코트라 밀라노무역관의 장수영 관장은 "한국 섬유와 직물이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 독보적 수준의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의 상품이라도 시장에서 훨씬 싼 값에 팔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섬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마랑고니와의 협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패션업계에서 명성이 높은 마랑고니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경우 한국 직물의 이미지와 위상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우니카 한국관에 마랑고니 재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를 향후 계속 운영할 경우 더 많은 디자이너와 바이어들의 한국관 방문을 이끌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장 관장은 "양측 모두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도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코트라는 아울러 오는 10월 마랑고니 관계자 2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 패션업계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의 방식으로 양측의 협력을 더 굳건히 다질 방침이다. 현재 마랑고니에는 한국인 학생 약 40명이 재학 중이다.
한편, 밀라노 우니카는 프랑스 파리 프리미에비종 전시회와 더불어 명품 의류업체들이 고급 직물을 고르는 전시회로 이름이 높다.
29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이탈리아와 유럽 업체를 중심으로 총 510개 회사가 참여했다. 2005년부터 참여한 한국에서는 올해는 20개 업체가 부스를 차렸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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