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 전담 한국인 사진가의 사진 인생
김명중 '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서울 정릉에서 태어나 영어 한마디 못하고, 사진이라고는 어릴 적 친구들과 돌려보던 성인 잡지에나 관심을 가진 게 전부였다.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생이 됐으나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에서도 몇 개월 견디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1995년 스물세 살에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가이자 마이클 잭슨, 조니 뎁, 빅토리아 베컴, 클라우디아 쉬퍼 등 세계적인 인물들을 촬영한 사진작가 김명중(MJ KIM) 이야기다.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진가라고 말하는 김 씨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적은 '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를 펴냈다.
책에서 그는 한국에서 대학 진학에 실패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방황과 도전 끝에 유명 사진가가 된 과정과 함께 사진에 대한, 사진가의 삶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처음 유학을 떠나 햄버거 하나 주문하기도 어려웠던 시절, IMF 사태로 학업을 중단한 그는 런던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인광고를 보고 작은 뉴스통신사 수습사원으로 들어간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사진 실력도 모자랐지만 그곳에서 사진을 배우며 열의와 미소로 동료들 인정을 받았다.
그는 "다른 사진가보다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더 잘 웃고 더 친절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것이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인사들과 작업하는 프로페셔널이 됐다.
영국에서 16년을 보낸 후 미국 할리우드에서 6년간 사진을 찍었다. 11년간 폴 매카트니 사진을 전담하고 있다.
책에서 그는 매카트니의 첫 한국 공연을 비롯해 그의 투어 포토그래퍼로 합류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있었던 생생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지금은 어딜 가든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부터 찍고, 매일 수억장 사진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공유되는 세상이다.
저자는 "잘 찍고 못 찍고는 큰 의미가 없다"며 "한번 지나가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기록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고 말한다.
"사진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을,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순간을 남겨보겠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사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북스톤. 228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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