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 확대경] 7천만원 상금보다 값진 '잠재력' 확인한 노예림
손베리 클래식 2라운드 마치자 다음 대회 초청장…"한국여자오픈 출전이 실력 발휘 계기"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깜짝 스타로 등장한 재미교포 노예림(18)은 LPGA투어 대회에서 처음 상금을 받았다.
8일(한국시간) 끝난 LPGA투어 손베리 클래식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한 노예림은 6만3천달러(약 7천430만원)라는 큰돈을 손에 쥐었다.
지난 1월 프로로 전향한 이후 대회에서 받은 최고액 상금이다.
노예림으로서는 프로 전향 이후 대만여자오픈, 한국여자오픈, 그리고 이번 손베리 클래식이 세 번째 1부 투어 출전이었다.
대만여자오픈 땐 53위 상금 464만원, 한국여자오픈에서는 31위 상금 733만원을 받았다.
LPGA 3부 투어 격인 캑터스 투어 댈러스컵 시리즈 알타메사에서 우승해 받은 4천 달러(약 472만원)와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 윈저 클래식 35위 상금 1천89 달러(약 128만원) 등을 모두 합쳐도 손베리 클래식에서 수령한 상금에 한참 못 미친다.
노예림은 손베리 클래식에서 거둔 성과는 7천여만원의 상금에 그치지 않는다.
LPGA투어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잠재력을 확인받았다는 게 더 크다.
이런 성과는 당장 효과를 드러냈다.
노예림은 애초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 출전권을 얻으려 월요예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손베리 클래식 2라운드를 마친 뒤 LPGA 투어 관계자가 찾아와 "대회 주최 측에 요청해 초청장을 받아주겠다"고 제안했다. 1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쳐 공동 2위에서 오른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8타를 줄여 1타차 2위를 달린 노예림의 플레이가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노예림이 LPGA 투어 대회에 초청을 받아 출전하는 건 마라톤 클래식이 처음이다.
LPGA 투어는 아마추어 선수는 제법 자주 초청하지만, 프로가 되면 좀체 초청해주지 않는다. 투어 카드가 없는 선수가 초청을 받아 출전하려면 기량과 스타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노예림은 LPGA 투어 대회에 초청을 받을만한 실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US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는 프로가 되면 아마추어 자격으로 딴 출전권을 즉각 회수한다. 노예림 역시 아마추어 자격으로 올해 US여자오픈에 나갈 수 있었지만, 프로 전향과 함께 출전권을 반납했다.
그렇지만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역시 노예림이 아마추어 선수 때 받은 출전권이 유효하다고 알려왔다. 노예림은 지난해 미국 주니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 에비앙챔피언십 출전권을 받았다.
에비앙챔피언십 역시 노예림의 스타성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방증이다.
노예림이 마라톤 클래식에서도 선전을 펼친다면 초청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280야드를 거뜬하게 날리는 장타력과 예쁜 외모까지 갖춘 노예림이 이제 LPGA 투어에서도 통할만 한 경기력을 지녔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노예림은 손베리 클래식에서 상금, 잠재력 확인에 더해 값진 수확물을 하나 더 얻었다.
이 대회가 끝나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노예림은 338위를 찍었다. 지난주보다 220계단이나 뛰었다.
세계랭킹 400위 이내 진입으로 노예림은 오는 8월 열리는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1차전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올해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할 예정인 노예림에게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노예림은 프로 전향 이후 험난한 자갈길을 걸었다.
생각보다 LPGA투어 대회 출전 기회를 잡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치른 세 차례 월요예선을 치러 모두 낙방했다. 60, 70명이 출전해 단 하루 18홀 라운드로 1명이나 2명을 뽑는 월요예선을 통과하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월요예선 통과가 투어 대회 우승보다 더 어렵다고들 하는 이유다.
손베리 클래식 월요예선을 1위로 통과하고 대회 때도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린 노예림은 "대회 출전이 많아져 경기력이 살아난 데다 무엇보다 지난달 한국여자오픈 출전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여자오픈 때 노예림은 1, 2라운드에서 조정민(25), 김민선(24)과 동반 플레이를 했다. 3라운드 동반 선수는 김아림(24), 4라운드는 김예진(24)이었다.
다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이다.
노예림은 이들 동반 선수들의 경기력을 바로 옆에서 보고 배운 게 많았다고 한다.
특히 프로 선수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압박감을 이겨내는 경험치는 손베리 클래식 상위 입상의 밑거름이 됐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구름 관중 속에서 경기를 치렀고, 방송 카메라까지 경기 내내 따라다녀서 놀랐다"는 노예림은 "그때 경험이 있어서였는지 손베리 클래식 3라운드 때 세계랭킹 1위 박성현 언니와 경기하면서도 하나도 안 떨렸다. 그 덕에 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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