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감사지적사항, 자사고 취소 '결정적 영향' 아냐"(종합)
평가 세부사항·총점 비공개…'깜깜이 평가' 신뢰성 논란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9일 발표된 서울 13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의 운영성과평가 결과에서 학교들의 운명을 가른 '요인'은 자사고 지정 목적인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 영역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교가 재지정 기준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자사고 지정취소가 결정됐다고 밝혔을 뿐 학교별 점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점수가 공개되면 학교순위가 매겨질 수 있다는 자사고 측의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교육청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8개 학교가 자사고 지정 목적인 학교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비교적 많은 감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건학이념과 자사고 지정 목적에 맞는 학교 운영을 위해 중장기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려는 노력,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과 선행학습 방지를 위한 노력 등에서 상당수 학교에서 부족한 점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반면 그동안 자사고측에서 제기해 온 감사 관련 감점 등 지적사례 항목은 평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감사 등 지적사례 항목의 경우 1∼12점으로 학교별 편차가 크지만 최대 12점 감점을 받고도 지정취소가 되지 않는 학교가 있었던 반면 1점만 감점됐는데도 지정 취소된 학교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교육청은 또 감점 항목에서 단순히 지침을 숙지하지 못했거나 소홀히 여겨 한 사안에 여러 교직원이 관련된 감사 지적사안은 평가 위원간 협의를 거쳐 1건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계에서는 2014년 8월부터 현재까지 감사·특별장학 결과 각 학교에 내려진 행정처분 건수에 따라 최대 12점 감점하는 항목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정취소가 결정된 자사고 중 배재고가 2014~2018년 사이 감사·특별장학에서 기관주의와 기관경고 각각 1건, 교직원 징계와 주의·경고 각각 37건과 11건을 받았다.
기관경고는 건당 2점, 기관주의는 건당 1점, 교직원 징계와 주의·경고는 각각 건당 1점과 0.5점 감점하는 기준을 고려하면 배재고는 감사·특별장학 행정처분 평가항목에서 최대인 12점에 육박하는 감점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신일고도 기관주의 1건, 기관경고 1건, 교직원 주의 18건, 교직원 경고 11건으로 행정처분이 많은 편이었다. 숭문고는 기관주의 2건과 함께 교직원 주의와 경고가 각각 18건과 4건으로 지정취소 결정 자사고 중 세 번째로 처분이 많았다.
지정취소 자사고들은 사회통합전형으로 신입생을 뽑으려는 노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점수가 많이 깎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세화고와 숭문고는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정량지표인 '사회통합전형 충원율'이 최근 5년 사이 기준인 20%에 못 미치는 해가 많았다.
서울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의 경우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규모 평가지표에서 대상자 범위에서사회다양성 전형 대상자를 제외하고 기회균등전형 대상자에 대한 지원 규모를 평가하는 식으로 지표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이 일부 평가 지표에 대한 설명을 내놨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점수는 비밀에 부치면서 시민의 '알 권리'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점수 공개 시 학교 서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각 자사고가 어떤 부분에서 기대에 못 미치게 운영되고 있는지 설명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지정취소가 되든 안 되든 올해 운영평가를 받은 자사고들은 내년에도 신입생을 받는다. 단지 재지정된 학교들은 기존처럼 자사고로서, 자사고 지위를 잃은 학교들은 일반고로서 신입생을 받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내년 고등학교에 진학할 현 중학교 3학년생들에게 이번 운영평가 결과는 학교선택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데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상태에서 고교진학을 하게 됐다.
중앙·배재·세화 등 서울 8개 자사고 지정취소…평가대상 60% / 연합뉴스 (Yonhapnews)
또 자사고 운영평가 평가항목 중 정량평가항목은 15개, 정성평가항목 10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섞인 항목 7개다. 배점을 보면 정성평가 항목과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섞인 항목이 각각 34점과 23점으로 총 57점에 달한다. 정성평가가 평가 결과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구조지만 평가위원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평가의 신뢰성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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