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전 사라진 유럽 고대국가 '에트루리아'를 만나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서 유물 300여점 공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그들은 삶의 어떤 충만함을 가지고, 자유롭고 즐겁게 숨 쉬도록 내버려 둔다. 심지어 무덤들조차도. 이것이 진정한 에트루리아의 가치다."
영국 소설가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1885∼1930)는 '에트루리아 유적 기행기'에서 이같이 적고는 에트루리아에 대해 느낀 감정으로 '편안함, 자연스러움, 풍요로움'을 꼽았다.
에트루리아는 기원전 10세기 무렵 이탈리아반도 중북부 지역에 등장해 약 1천년간 지속한 고대 국가다. 에트루리아인을 고대 그리스인은 '티르세노이' 혹은 '티레노이'라고 불렀고, 로마인은 '투스키' 또는 '에트루스키'라고 했다. 이 명칭은 오늘날 피렌체가 있는 주(州) 이름인 토스카나로 남았다.
그러나 에트루리아라는 세력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고, 언어도 거의 해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전시를 통해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를 국내에 알린 국립중앙박물관은 8일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을 맡은 에트루리아를 조명하는 특별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를 연다고 밝혔다.
9일 개막하는 이 전시는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 체치나고고학박물관 등지에서 온 유물 300여점을 선보인다.
이탈리아 밖에서 처음 공개하는 그리스 양식 추모용 조각 '모자상'은 아이를 안은 어머니를 표현했다. 오른팔에는 여성 이름인 '라르티아 벨키네이'(Larthia Velchinei)를 새겼다.
저승의 신인 반트를 나타낸 조각상도 왔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지 않는 반트는 대부분 날개가 달린 젊은 여성으로, 손에 열쇠나 횃불을 들었다. 열쇠는 저승 문을 여는 데 사용하고, 횃불은 망자가 지하세계로 향하는 길을 밝히는 도구다.
에트루리아 왕 혹은 귀족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출토한 전차는 기원전 7세기 유물임에도 화려함이 느껴진다. 에트루리아에서 전차는 전투뿐만 아니라 유희에도 활용됐다고 전한다.
또 신전 정면에 붙이는 삼각형 벽인 페디먼트, 섬세하게 만든 머리핀, 여행하는 부부를 묘사한 유골함도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는 이처럼 독특한 유물을 5부로 나눠 소개한다. 에트루리아 전반을 설명한 제1부를 시작으로 에트루리아인 삶 속의 신, 에트루리아인의 삶, 저승의 신과 사후세계, 고대 로마 문화에 남은 에트루리아를 차례로 다룬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로마에서 권력과 종교를 상징하는 많은 표상이 에트루리아에서 유래했다"며 "에트루리아가 남긴 문화의 흔적은 로마라는 이름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9천원, 청소년과 어린이 5천원. 어르신과 유아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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