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환율…어두워진 경제여건에 변동성 확대
4∼5월 상승·6월 급락·7월 반등…일중·일간 변동폭도 커져
경제 펀더멘털 의구심이 불안심리 자극…"高변동성 당분간 지속"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미중 무역분쟁 첨예화와 국내 경제지표 부진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4∼6월) 들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흐름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환율이 널뛰는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8일 서울 외환시장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일간 평균 변동률(전일 종가 대비)은 3월 0.21%에서 4월 들어 0.28%로 커졌다가 5, 6월에는 각각 0.30%, 0.32%로 증가했다.
하루 장중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로 측정한 원/달러 환율의 일중 변동폭도 3월 평균 3.7원에서 6월에는 평균 5.06원으로 확대했다.
환율의 일중·일간 변동성 지표가 모두 2분기 들어 크게 확대한 것이다.
2분기 전반에 걸친 환율의 시계열상 움직임도 큰 폭의 부침을 겪었다.
4월 15일 달러당 1,133.1원(이하 종가 기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뒤인 5월 17일에는 1,195.7원까지 오르면서 2분기 중 최저점과 최고점의 차이는 62.6원으로 벌어졌다.
1분기만 해도 환율은 달러당 1,110∼1030원대의 박스권 안에서 조용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4월 초만 해도 달러당 1,13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4월 말 1분기 성장률 악화 발표 이후 상승(원화 약세)하기 시작해 5월 미중 무역분쟁 격화 이슈가 가세하자 달러당 1,200원에 육박했다.
6월에는 불안 심리가 안정되면서 상승분을 갑작스레 되돌렸다가 7월 들어서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제한 조치로 다시 반등하는 등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외국인들의 의구심이 불안 심리를 자극해 외환시장 변동성을 높였다고 분석한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있었지만 급격한 충격을 줄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며 "한국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중(對中)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의 경우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에 더해 수출·투자 악화 등 대내 악재가 추가로 겹쳐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대내외 경제 불안 요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현상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서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반발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을 키우고 있다.
환율의 급변동은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 경영에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중 간 무역긴장 구도가 유지되고 있고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들어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자동차 관세 협상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남아 있어 변동성이 아주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다만 "한국 관련 악재들이 시장에 이미 많이 반영된 데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 위험회피 심리를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원화의 변동성이 증폭되는 국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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