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유엔서 연일 뭇매…인권대표 "법치 무너져"(종합)
마두로 정부, 판사·언론인·학생 등 22명 석방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집권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5일(현지시간) 인권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의 핵심 제도와 법치는 무너지고 있다"며 야권 인사들과 시위대를 상대로 자행되는 고문, 살해를 비판했다.
바첼레트 인권대표는 하루 전 인권이사회에 지난달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을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 1년 반 동안 정부의 치안 작전 중 7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줬다.
바첼레트 인권대표는 5일 인권이사회에서 "정부의 많은 작전이 초법적 살해 요건을 갖췄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범법자들을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위대 진압에 투입되는 베네수엘라 경찰 특수부대(FAES)를 지목하면서 베네수엘라 당국이 이 조직을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첼레트 인권대표는 시위대와 야당 인사들, 인권활동가들에 대해 자의적 구금, 고문, 성폭행, 살해, 납치 실종 등의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이러한 지나친 억압이 베네수엘라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마두로 대통령 암살 기도 혐의로 체포된 해군 대위가 수감 8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 벌어져 야권과 인권단체들이 고문에 의한 살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올해 초 스스로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면서 극도의 정치적 혼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50여개 나라가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했지만 마두로 체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시작한 제41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 인권 상황과 관련해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두로 정부는 4일 반정부 시위의 상징적 인물인 마리아 아피우니 판사, 언론인 브라우리오 하타르와 학생 등 22명을 석방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은 아피우니 판사와 하타르가 석방됐다는 사실을 5일 공식 확인했다.
아피우니 판사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영장 없이 체포돼 수감됐다. 그는 부패 혐의를 받는 기업인에 대해 석방 결정을 내린 뒤 차베스 대통령이 판결을 문제 삼으면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체포됐다.
하타르는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비판 기사를 쓰고 돈세탁 의혹을 제기한 뒤 체포돼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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