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M&A 심사, 공정위 아닌 과기정통부가 주도해야"
공공미디어硏 주장…SKT·LGU+ '유료방송 합병, 알뜰폰시장 무력화' 논쟁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과학기술 정보통신부가 최근 추진되는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의 심사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5일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실장은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 간) M&A 불허 이후 시장 논리에 입각한 자연스러운 M&A 흐름이라고 평가되는 유료방송 M&A가 올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 부처는 3년 전처럼 여전히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이번 M&A를 계기로 유료방송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과기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간 심사 연계와 협력이 필수"라며 "방송과 통신의 특수성을 반영한 유료방송 M&A 심사의 주심이 정해져야 하고 부심들의 역할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가절차의 중복, 이원화에 따른 기업 부담을 고려할 때, 협의조항을 이용해 미디어 산업에 대한 기업결합은 과기정통부로 창구를 일원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미디어 산업에서 기업결합 심사는 과기정통부가 전담하되 경쟁제한성 여부는 공정위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방송법에도 경쟁제한성 심사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2008년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 권한의 일부를 방통위에도 존속시키려던 정치적 타협의 성격인 '방통위 동의 관련 규정'은 권한 배분의 원칙에 맞지 않으므로 협의 정도로 개정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알뜰폰과 이동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에 집중됐다.
SK텔레콤 이상헌 정책개발실장은 "독립적 알뜰폰 업계의 상징인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 존재와 기능이 사실상 소멸할 것"이라며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을 유지해서 소비자 선택권을 증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2016년에는 LG유플러스도 CJ헬로 알뜰폰이 이통사에 인수되는 것이 시장에 문제를 초래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말했다.
그는 "CJ헬로 알뜰폰의 점유율이 1% 수준이지만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끊임없이 이통사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규모 알뜰폰 회사를 모아서 대신 협상을 하는 맏형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호 실장도 "알뜰폰 시장 도입 취지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촉발하고 가격인하, 다양한 상품 출시를 통한 소비자 선택지 확대가 근본 목적"이라며 "유료방송 합병 정국에서 알뜰폰 도입 취지와 정책이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과정에서 혁신과 경쟁을 주도하는 '독행기업' 부문이 공정위 심사에서 문제가 됐다"며 "공정위는 1위 알뜰폰이 이통사 계열사로 편입되면 경쟁제한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 이용자 복지 확대라는 취지가 의미를 잃게 되는 측면이 초래될 것"이라며 "알뜰폰을 확실한 별정통신사업자(MNVO)로 유지하든지 접든지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2016년 CJ헬로의 알뜰폰 부문 지위와 기능을 독행기업이라는 개념 범주로 포섭해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고 금지조치가 불가피함을 인정했을 때 상황과 현재 CJ헬로 알뜰폰 부문의 지위와 기능이 변함없는 점도 문제"라며 "같은 상황에서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평등 원칙이나 자기구속 원칙에 따를 때 그 판단에 대한 위법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강학주 CR정책담당 상무는 "2016년 공정위 판단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며 "점유율 1.2%인 CJ헬로 알뜰폰을 내세워 50%의 이통시장 지배력을 감추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별도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합병 시 경쟁제한성을 은폐하기 위해, KT는 알뜰폰 가입자를 뺏길까 두려워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인수에 대해 트집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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