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미 실무협상진 구체화, 새 틀과 동력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남북미 정상의 비무장지대(DMZ) 깜짝 회동 이후 북미 실무협상의 기본 틀이 구체화하고 있다.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실무협상 시작을 앞두고 북측 대표에 과거 6자회담에 참여한 외무성 출신 미국통인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대사가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사가 이 책임을 맡게 되면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새 카운터파트가 된다. 북한은 지난 6·30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때 미국 측에 새로운 실무협상 대표 명단을 통보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김 전 대사를 새 협상팀 대표로 파악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과거 상대보다 새로운 상대와 더 좋은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한 바 있다. 김 전 대사의 등장으로 북미가 결렬로 끝난 기존 틀에서 탈피한 새 협상 문법으로 새로운 동력을 찾길 바란다.
김 전 대사는 1980년대부터 말단 외교관으로 북미 현안에 참여했고 빌 클린턴 및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북협상가 및 전문가들과 폭넓은 인맥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유엔 대표부 참사관과 차석대사를 지내며 대미 협상에 깊숙이 관여했고 특히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표단을 밀착 수행해 북미 간 핵심적인 입장차와 공유 가능한 타협선 등을 잘 이해하고 있어 협상 성과에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끈 통일전선부 중심의 대미 협상 라인을 외무성 위주로 교체한 것도 외무성에서 잔뼈가 굵은 김 전 대사의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면서도 차기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희망했다. 어렵게 다시 판이 만들어져 실무진용이 새롭게 짜인 만큼 북미가 실무협상에 속도를 내 탄력을 잃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북한이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미국에 새 셈법을 요구하자 미국이 비건 특별대표 등의 입을 통해 '유연한 접근'으로 대응했다. 이는 일괄타결식 빅딜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평화체제 구축까지 포괄하는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사항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리고 논의하자는 '동시적·병행적' 방식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북미는 단계별 비핵화 조치 및 체제 안전보장, 제재 완화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로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의 완전한 동결을 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건 특별대표의 언급대로 어느 시점에서는 대북 인도주의 지원과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도 가능할 것이다. 이에 맞춰 선제 핵 시설 폐기 등 북한의 적극성과 유연성 발휘도 긴요하다. 다음 달 2일 방콕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북미 고위급회담도 가능하다. 북미가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내고 고위급회담으로 이어가는 시나리오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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