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배곯는 아이야, 맘껏 먹으렴" 음식 무료제공 식당
홍대 '진짜 파스타', 꿈나무 카드 결제 없이 결식아동 식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눈치 보지 말기,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메뉴 시키기, (들어올 때가 아니라) 나갈 때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보여주기,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기, 자주 보기."
지난 3일 오후 6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레스토랑 '진짜 파스타' 입구에는 이색 문구가 붙어 있었다. 결식아동에게 공짜로 음식을 제공하는 이 식당이 찾아온 꼬마 손님이 혹시나 주뼛주뼛 식당 문 열기를 망설일까 봐 용기를 주려고 붙인 안내였다.
이 안내문은 식당 오인태(34) 대표가 직접 작성했다. 아동 급식카드(꿈나무 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은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고 난 뒤 나가기 전에 카드만 보여주면 된다. 아동 급식카드란 학교 급식을 이용할 수 없는 연휴나 방학 때 밥을 굶을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에게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체크카드다. 매월 15만원 한도로 편의점이나 가맹 식당에서 쓸 수 있다.
오 대표는 지난달 우연히 구청을 찾았다가 '꿈나무 카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꿈나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시내 꿈나무 카드 가맹점 7천900여곳 중 약 82.5%(6천619곳)가 편의점이나 빵집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소리다. 식당에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5천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고민 끝에 결정했다. 밥값을 아예 받지 않기로 말이다. 함께 일하던 직원 3명에게 취지를 설명하자 흔쾌히 동의했다. 오 대표는 "이전에도 소방관과 그의 일행은 식사비 무료, 헌혈증 기부 시 파스타 제공 등 선행 이벤트를 해보자고 직원들이 먼저 제안할 정도로 뜻이 잘 맞는 이들"이라고 소개했다.
소방관 파스타 제공 이벤트 역시 소방 응급구조사 출신으로 현재는 요리를 하는 전미경씨가 먼저 제안한 일이다. 손님 접대를 맡는 김두범씨는 얼마 전에 매장 운영 방법이나 조리법 노하우 등을 초기 창업자에게 재능 기부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오 대표는 "결식아동이 많이 오면 올수록 매출은 떨어지겠지만 상관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너무 알려지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무료제공 방침을 세운 지 열흘 정도 지났지만 아직 이를 듣고 온 어린이나 청소년 손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식당 주변에 포스터를 붙이고 입소문을 내봐도 신통치 않자 지난 2일에는 홍보 이미지를 만들어 트위터에 올렸다. 이 글은 지난 4일 기준으로 3만회 가까이 리트윗되면서 큰 화제를 낳았다. "선행 취지에 동감한다", "응원한다", "더 많은 분이 알았으면 한다"는 등의 응원 댓글도 수백개가 붙었다.
마케팅 수단이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오 대표는 "악플이 무서워서 좋은 취지라고 믿는 일을 주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형편이 넉넉하거나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기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짜 파스타'는 2016년 11월에 영업을 시작해 아직 문을 연 지 3년이 채 안 됐다. 경쟁이 치열한 홍대 상권에서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이다.
"사업이 성장하는 지금부터라도 작게나마 선행을 시작해야 나중에 규모가 더 커졌을 때 망설임 없이 베풀 수 있지 않을까요? 사업체 크기에 따라 베푸는 일이 결정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오늘(3일) 저녁에 '결식아동인데 정말 그냥 가도 되냐'는 문의 전화가 처음으로 왔다"고 전하면서 "그래서 얼마든지, 언제든지 오라고 답했다"며 웃음 지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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