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내년 최저임금 4.2% 삭감안 제출…노동계 "인면수심"(종합)
10년만에 삭감 요구…노동계 '19.8% 인상안'과 격차 커 난항 예상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경영계가 3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10년 만에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했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제8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기준 8천원을 제출했다.
올해 최저임금(8천350원)을 기준으로 삭감률은 4.2%다.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8천원으로 요구한 이유로 ▲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속도 및 높은 수준 ▲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 ▲ 실물경제 부진 심화 ▲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가중 ▲ 취약계층의 고용 부진 등을 거론했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심의에서 삭감을 요구한 것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을 심의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경영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고통 분담을 내세우며 최초 요구안으로 5.8% 삭감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실제로 삭감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최저임금 삭감은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에 배치된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경영계 요구안에 대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간신히 유지해온 우리 사회의 후진적 노동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발전을 퇴보시키자는 내용"이라며 "인면수심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삭감은 소비 감소와 경기침체를 불러와 소상공인 본인들은 물론 우리 경제에 매우 나쁜 영향을 준다"며 "경제를 망칠 생각이 아니라면 최저임금 삭감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근로자위원들은 2일 제7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19.8%의 인상률이다.
그러나 작년 요구안(1만790원)보다는 낮춘 금액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 등을 고려한 결과다.
노사 양측이 최초 요구안을 제출함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본격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심의에 착수했다.
최저임금 수준 심의는 공익위원들의 중재하에 노사 양측 요구안의 간격을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해 합의를 유도하기도 한다.
올해도 노사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합의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예년과 같이 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쳐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약 30년 동안 최저임금을 합의로 결정한 것은 7번에 불과했다.
한편,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서 주휴시간 제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등 최저임금제도 개선 방안도 제출하고 최저임금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최저임금위에 제도개선 문제를 논의할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노동계는 표결이나 법규 제정 등으로 확정된 사안을 재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용자위원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현물급여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제안한 데 대해 민주노총은 "극우 파시스트나 할 법한 발상"이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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