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이란여객기 격추 31주기 추도식…"위험한 쪽은 미국"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는 미 군함이 걸프 해역 상공에서 이란 여객기를 격추한 사건이 일어난 지 31주기를 맞은 2일(현지시간) 연 추도식에서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추도사에서 "미국은 31년 전 이란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고 하면서 이를 실행한 함장에게 훈장을 주는 앞뒤가 안 맞는 짓을 했다"라며 "미국의 정책은 항상 자가당착이다"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지난달 20일 이란 남부 근해 상공에서 미군의 무인 정찰기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격추되자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자국 민항기의 이란 영공 비행을 금지한 점을 거론하면서 실제로 민간 여객기를 격추한 쪽은 미국이었다는 사실을 부각했다.
매년 열리는 추도식이지만 미국과 긴장이 위험수위까지 고조한 올해엔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고 이란 현지언론들은 평가했다.
1988년 7월 3일 미군 순양함 빈센스 호는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압바스를 떠나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IR655 편을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 부근 상공에서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 사건으로 여객기에 탔던 승객과 승무원 290명(어린이 53명. 비이란인 46명 포함)이 전원 숨졌다.
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에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미국은 전투기로 오인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새 비행기를 구매할 수 없었는데 미국은 이 사건 이후 에어버스 여객기 1대를 예외적으로 이란항공이 살 수 있도록 승인했다.
라리자니 의장은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는 대화하자면서 우리에게 12가지 선행조건(핵프로그램, 탄도미사일 개발 포기, 역내 개입 중단 등)을 내밀더니 미국 대통령은 조건없이 대화하자고 한다"라며 "그들은 자신이 협박하면 이란이 굴복하리라고 생각하고 이런 자가당착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고함을 쳐 전 세계를 입 다물도록 할 수 있다고 믿는 불량배 집단과 같다"라며 "중동을 위험하게 하는 쪽은 미국의 역설적 정책과 혼란이다"라고 지목했다.
이어 "미국은 뻔뻔하게도 이란을 테러국가라고 부르며 가혹한 제재를 가한 뒤 군사적 선택지를 거론하고, 중동 주요 국가를 접촉해 대이란 동맹을 구축한다"라며 "그러나 이란에 맞서면 대가를 치른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동맹은 실패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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