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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수구 주장 오희지 "동생들 슛 못 할까 봐 코뼈 골절 숨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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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수구 주장 오희지 "동생들 슛 못 할까 봐 코뼈 골절 숨겼죠"
"처음 해보는 팀 종목 즐거워…태극마크 단 만큼 최선 다할게요"



(수원=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중학생 2명, 고등학생 9명. 성인은 단 2명뿐이고 맏언니는 23살이다. 이번에 처음 결성된 한국 여자 수구대표팀 이야기다.
한국은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여자 수구 종목에 개최국 자격으로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여자 수구대표팀이 없었다. 여자 수구 전문 선수도 전무했다.
대한수영연맹은 지난달 26일 선발전을 통해 광주 대회에 출전할 여자 수구대표팀 13명을 뽑았다.
대부분이 경영 선수 출신이었고 학생이었다.
주장은 맏언니인 오희지(전남수영연맹)가 맡았다. 평영선수 출신인 그는 2017년 평영 50m 국내랭킹 5위까지 올랐었다.
선수의 꿈을 접고 지도자 공부를 하던 그는 이번에 나온 수구대표팀 선발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생기는 수구팀이고,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뛰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했다"며 "무엇보다 물과 수영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고 밝혔다.


개인 종목인 경영만 해왔던 오희지는 팀 종목인 수구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팀 스포츠이다 보니까 다른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는 재미가 있다"며 "기록경기인 수영과 달리 좋은 플레이 하나하나마다 희열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즐겁다"고 전했다.
그는 "수영에서 쓰지 않는 영법과, 거친 몸싸움이 있다 보니 선수들이 처음 한동안은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면서도 "모두가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해 실력이 빨리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희지는 팀에서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 포지션을 맡고 있다. 골문으로 날아오는 슈팅을 향해 물을 차고 뛰어올라 몸으로 막아내는 것이 그의 임무다.
연습 초기 그는 선수들이 던진 공에 얼굴을 세게 맞았다. 별일 아니겠지 싶었지만, 통증은 오래 이어졌다. 코뼈 골절이었다.
오희지는 다른 선수들에게 부상을 숨겼다. 훈련도 정상적으로 계속 참가했다.
"가뜩이나 연습 기간이 짧은데, 동생들이 제가 다칠까 봐 슈팅을 마음껏 못하는 게 싫었다"고 그는 전했다.
코치진은 이내 그의 부상 사실을 파악했다. 오희지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고, 얼굴로 공을 던지지 않는 선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그는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연습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다행히 부상은 며칠 전 완쾌됐다.


치열하게 연습을 이어온 만큼, 오희지는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처음 연습 때만 하더라도 제대로 공을 던지지도 못했던 선수들이, 벌써 어느 정도 패스를 주고받으며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B조에 편성된 한국의 조별리그 상대는 헝가리, 캐나다, 러시아다. 세팀 모두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호들이다.
첫 경기인 헝가리전은 다음 달 14일이다. 남은 시간은 2주 남짓이다.
오희지는 "헝가리 선수들의 경기 비디오를 돌려봤는데 체격도 좋고 정말 잘하더라"면서도 "상대를 두려워하면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자고 동생들을 독려했다"고 전했다.
대회의 목표를 묻자 '맏언니'는 연습하는 동생들 쪽을 잠깐 바라보더니 눈시울을 붉혔다.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지더라도 무기력하지 않게, 끝까지 싸우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동생들이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대회를 마쳤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며 "대회가 끝나고 바로 잊히지 않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traum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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