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노시니어존', '노중2존' 갈수록 많아지는 No ○○존
(서울=연합뉴스) 황예림 인턴기자 = '노 중학생존', '노 시니어존', '노 비거주아동존'…
최근 특정한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존(No ○○ Zone)'이 다양한 형태로 생겨나고 있다. '노키즈존(No Kids Zone,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곳)'으로 시작된 일부 식당과 카페의 출입 제한 방침이 조건과 형태를 조금씩 달리하며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는 '아파트 거주 어린이 외 어린이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단지 내 놀이터에 붙여 논란이 됐다. 놀이터는 특정 아파트 단지 안에 있어도 어린 아이 누구나 뛰어놀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외부 어린이는 제한한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 아파트의 결정을 비판하는 이들은 "아파트가 사유 재산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에서조차 아이를 배제하는 것은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 측은 합당한 판단에 의한 방침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아파트 주민회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안내문을 붙이기 전 주말에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가 다치는 일이 있었다. 아이는 아파트 거주민이 아니었는데 부모가 우리 아파트에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 놀이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아파트에서 보험 처리를 해줘야 한다지만 보험료는 입주민 관리비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정문을 막아놓은 것도 아니고 동네 아이들이 노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지만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경고 차원에서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키즈존의 변형된 형태로서 출입 금지 대상이 되는 연령대를 조정해 특정 층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들도 눈에 띈다. 중고등학생이 시험 기간에 자주 찾는 스터디 카페 중에는 중학교 2·3학년 이하 손님을 받지 않는다며 '노중학생존' 방침을 내세우는 곳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관악구의 한 식당에서 '49세 이상 (출입을)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여놓은 사진이 SNS 상에 공유되며 '노시니어존'의 등장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노향수존', '노래퍼존', '노커플존' 등 연령 뿐 아니라 이용자의 행위와 정체성까지 제한을 두는 곳도 등장했다.
난무하는 노○○존에 대해 SNS에서는 '특정 조건을 가졌다는 이유로 서로를 구분하고 배제하는 것이 점차 당연시돼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시니어존에 대한 게시물에 다음 이용자 'bor***'는 "서로 구분 짓고 구별하다 보면 이해의 폭도 줄어 나중에는 서로 외계인 보듯 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다른 이용자 '판***'도 "배제의 논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배제하니 문제"라고 말했다.
노○○존 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노키즈존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면서 다른 배제 구역도 범람하게 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소시***'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아이들 차별받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그 차별이 성인의 영역까지 넓어지니 이제야 불안해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다음 카페 회원 'H.O***'도 "노키즈도 있는데 노시니어라고 못할 거 뭐 있나. 애초에 나이로 차별 시작할 때 예상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새로운 노○○존이 등장할 때마다 인터넷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며 사회 문제의 하나로까지 거론되는 양상이지만 노존을 선언하는 곳은 '이유 있는 제한'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영업 개시 직후 중학교 2학년 이하의 입장 제한을 공지한 'ㅍ' 스터디 카페 관계자는 "중학생 1, 2학년은 이성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나이기 때문에 통제가 잘되지 않는다. 최적화된 공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중학생존 'ㅅ' 스터디 카페는 "중학생은 조용해야 하는 독서실에서 소곤거리는 일이 잦다. 이런 행동에 제재를 가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이에 대한 민원이 많아서 제한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노래퍼존의 경우 '래퍼'나 '힙합러'를 자처하는 사람 중 욕설을 하거나 음악을 크게 트는 등의 행위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이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SNS에서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음식을 먹는 장소에서 지나친 향수 냄새는 다른 사람의 식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향수존도 공감을 얻고 있다.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이택광 교수는 노존이 등장하는 원인이 "결국 상업적인 이유로 볼 수 있다"며 "장소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의 요구사항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논리가 작동하다 보니 보편적인 권리가 침해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노존'은 사람을 구별 짓고 그 구별에 따라 인간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라며 "엄밀히 말해 위법 행위이지만 법적 문제를 따지기 전에 사람에 대한 배려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노존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언젠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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