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한미장관맨션 주민 "지진 피해등급 높여달라" 소송 패소(종합)
소파와 전파 지원은 천양지차, 주민들 "시 책임지고 대책 마련해야"
포항시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 난색
(대구·포항=연합뉴스) 이강일 손대성 기자 = 대구지법 행정2부(장래아 부장판사)는 27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피해를 본 포항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주민이 현실에 맞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며 포항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주민 155명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한미장관맨션 4개동이 크게 파손됐는데도 포항시가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정하자 소송을 냈다.
포항시는 정밀안전점검에서 한미장관맨션 4개동의 시설물 안전등급을 C등급으로 판정했다. C등급은 약간 수리가 필요한 정도여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주민은 시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조진단업체에 따로 조사를 맡겨 2개동은 D등급, 2개동은 E등급 판정을 받았다.
D등급은 주요부재에 결함 발생으로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해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E등급은 시설물 안전에 위험이 있어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포항시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건물을 신축했을 때 구조 기준으로 안전점검을 벌여 A등급부터 E등급까지 분류했다.
이 아파트도 신축 당시인 1988년 설계기준을 적용해 사용 가능한 C등급으로 판정 받았다.
그러나 주민은 현재 건축구조 기준에 따라 아파트를 진단해 다른 결과를 얻었다.
이에 주민들은 "현재 기준을 적용해 대체 주거지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포항시는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며 맞섰다.
포항시는 지진이 난 후 피해조사단을 구성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주택 피해를 소파(소규모 파손)나 전파(전부 파손) 등으로 판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보상이나 긴급 주거지원, 이주, 재난지원금이 달라진다.
C등급에 해당하는 소파 판정을 받은 주민은 재난지원금 100만원만 지원받지만 전파 판정을 받으면 재난지원금 900만원과 대체 주거지 등을 지원받는다.
한미장관맨션 주민은 소파 판정을 받아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는 데 그치자 피해가 훨씬 크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행정소송에서 패한 한미장관맨션 주민은 판결문을 확보한 뒤 총회를 열어 앞으로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미장관맨션 240가구 가운데 80여 가구는 아직 흥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구호소에서 지낸다.
한 주민은 "그동안 시장이 책임진다고 해서 참고 있었다"며 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소송에서 졌다면 몰라도 소송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시가 해야 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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