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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백, 수천 년 산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이 달라질 것"
'모두의 불멸' 꿈꾼 러시아 우주론 각광…국립현대미술관도 비도클 영상 소장
비도클 "모두의 불멸 꾀해야…소수의 불멸 꾀한다면 더 많은 폭력 부를 것"
"민주주의도 처음엔 판타지…우주론도 궁극적인 사회목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00년 전 '불멸'을 꿈꾼 이들이 있었다.
1천 년에 걸친 봉건 체제가 붕괴한 러시아에서 등장한 이들은 인류 모두의 영생을 갈망했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해 기술 개발, 특히 우주로 눈을 돌렸다. '러시아 우주론'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1917년 소비에트 혁명 이후 사라진 러시아 우주론은 특히 최근 몇 년간 서구 학계와 예술계에서 주목받는다.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콘퍼런스 '죽음 없는 예술: 러시아 우주론'이 열린 데 이어 이듬해 미국에서는 선구자 니콜라이 페도로프(1829∼1903) 우주론을 소개한 책이 출간됐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책 발간에 맞춰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했다. 우리 국립현대미술관(MMCA)도 러시아 우주론을 다룬 예술가 안톤 비도클(54)의 3부작 영상을 지난해 소장했다.
요승 라스푸틴이 떠오를 만큼, 언뜻 터무니없어 보이는 흐름이 서구에서까지 탄력받는 배경은 무엇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 계기에 방한한 비도클을 25일 서울관에서 만났다.



"시대를 불문하고 불멸은 모든 인류가 꿈꾼 것이죠. 페도로프가 우주론을 처음 언급했을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은 꿈만 같았지만, 이제는 (영생을 위한) 기술적인 잠재성이 충분하니까요. 러시아 우주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본주의 이외에 세계적인 통합을 추구할 만한 정치적 비전이 부재한 세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주론을 처음 접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는 작가는 이를 대중에게 소개할 방법을 찾다가 영화를 선택했다. 페도로프와 알렉산더 치제프스키 등 우주론자들이 생활했거나 수감된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지를 돌면서 "그들이 봤음 직한 것들"을 촬영해 우주론 이론과 직조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 이것이 우주다(2014) ▲ 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에 의해 일어났다(2015) ▲ 모두를 위한 부활과 불멸!(2017) 3부작이다.
작가는 "역사적인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을 부각하려 했다"라면서 "페도로프를 비롯한 우주론자들도 스스로 자신을 예술가라고 칭했다"라고 전했다.



세상 누구도 지구 밖을 나가본 적이 없던 시대에 우주론자들은 어떻게 이러한 미래학적인 구상을 한 것일까.
"우주론자들은 평등을 추구했습니다. 인류 모두의 평등을 넘어 산 자와 죽은 자의 평등이라는, 더 급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죠. 내게 생명을 준 이도 불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이렇게 존재하는 모든 것의 부활을 수용하려면 우주밖에 없다고 봤죠."
기술 발달로 언젠가 도달 가능할지도 모르는 '불멸'을 인식한다면, 인류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비도클의 믿음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좀 더 장기적으로, 우리가 수백, 수천 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환경을 좀 더 고민할 것이고 좀 더 조심스럽게 생활할 것 같아요. 이는 폭력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과거에는 판타지에 가까운 개념이었지만 오늘날 널리 알려졌듯이, 러시아 우주론 또한 궁극적인 사회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작가는 다만 생명 연장을 모색하는 인류 노력이 러시아 우주론자들이 꿈꾼 것처럼 '모두'를 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만이 불멸하고 대다수는 비참하게 살아가는 환경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폭력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도클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온라인 예술정보 플랫폼 '이-플럭스'(e-flux) 창립자이자 편집자이기도 하다. 그는 1999년 이-플럭스를 만든 배경으로 "현대미술의 모든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생산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과 공유할 플랫폼을 만들려 했다"라고 했다.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비도클과 김수환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교수의 대담이 진행된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국내에서 비도클 '러시아 우주론' 3부작이 동시에 상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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