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국방장관회의, 이란사태·폐기 앞둔 INF 대책 등 현안 논의
취임 이틀 된 美 국방대행 참석…美의 對이란 압박 지지 당부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과 북미지역 안보를 책임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6, 27일 이틀간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 문제를 비롯해 폐기 위험에 처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대책,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지출 증대 문제 등이 논의된다.
회의에는 지난 24일 공식 임명된 뒤 처음 외국 방문에 나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대행을 비롯해 29개 회원국 국방장관이 참석한다.
에스퍼 대행은 특히 중동 사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회원국들의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후 나토 국방장관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한다.
전날 브뤼셀에 도착한 에스퍼 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이란 문제는 "미국 대(對) 이란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전 세계적 외교를 요구하는 글로벌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이란을 저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대를 구축해 이란의 지도자들이 협상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압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에스퍼 대행은 "우리(미국)는 이란과 군사적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나토 회원국들)에 확신시킬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하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외교적인 길로 들어서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의에서는 오는 8월께 폐기가 예상되는 INF 조약과 관련, 향후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지난 1987년 미국과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 간에 체결된 INF 조약은 사거리 500~5천500km에 이르는 지상 발사 핵미사일을 금지해 지난 30년간 유럽안보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올해 초 러시아가 9M729(나토명 SSC-8)로 알려진 미사일을 개발·배치함으로써 INF 조약을 위반했다며 INF 조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오는 8월 2일 INF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미국이 INF 조약을 탈퇴하면 러시아도 탈퇴하겠다고 선언해, INF 조약은 폐기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25일 이번 회의 사전브리핑에서 나토는 마지막 순간까지 러시아가 INF 조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지만 "기회의 창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러시아가 INF 조약을 계속 준수하지 않을 경우 대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나토의 대응은 "방어적이며 잘 계산되고 조정돼서 이뤄질 것"이라면서 "유럽에 새로운 지상 발사용 핵미사일을 배치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케이 베일리 허치슨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별도 브리핑에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고 말해,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과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번 회의에선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지출 증액문제에 대해서도 다룬다.
앞서 나토는 지난 2014년에 각 회원국 군사비 지출을 오는 2024년까지 GDP 2% 수준으로 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군사비 지출 확대를 압박해왔다.
나토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올해 GDP 1.58% 수준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릴 것이라면서 그리스, 영국을 비롯해 유럽의 6개 회원국이 GDP 2%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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