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말살"…로하니-트럼프의 '출구없는' 막말 설전
美-이란 갈등 악화일로…"트럼프, 전략 있나" 전문가들 우려
트럼프-김정은 신경전 때와는 상황 달라…극적 해결 힘들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이란 갈등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양국 지도자가 서로를 향해 거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중계된 내각회의에서 백악관을 겨냥해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이란의 최고 권력자이자 신정일치 체제의 정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테러 행위와 연루됐다며 '대테러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린 데 대한 반응이었다.
로하니 대통령은 "언어도단이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조처라고도 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매우 무지하고 모욕적인 표현은 그들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미국의 어떤 것에 대해서라도 이란에 의한 공격이 이뤄진다면 엄청나고 압도적인 힘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면서 "어떤 지역에서는, 압도적이라는 것은 말살(obliteration)을 의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이와 동시에 핵무기 폐기와 테러 지원 중단이라는 "매우 간단한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이란을 경제·정치적으로 압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자국을 짓밟으려 드는 적국과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면서 미국이 상대국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트위터에 이란 최고지도자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에게 "쓸모없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외교의 문을 영구 폐쇄한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출구 없이 갈등만 증폭되는 양상이 나타나자 미국 정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전략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공화당계 정책연구소인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아랍 문제 전문가 마이클 루빈은 이란인들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 다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치닫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측 불가능성이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지만, 이건 예측 불가능성이 정책의 부재를 덮는 수단이 아니라 정책의 일부라고 상정할 때 이야기"라면서 "우린 지금 매우 위험한 지점에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현 상황을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받던 것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던 당시와 마찬가지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양측 모두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란 극적 이벤트를 환시리에 성사하고자 할 이유가 있었지만, 하메네이는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 외교관 출신의 중동 전문가 제프리 펠트먼은 "이란은 불가역적일 정도로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갈수록 위험이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율법학자들의 제지나 전쟁을 하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본능에 의존한다는 생각은 긴장완화 전략의 토대로는 상당히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이란과 전쟁이 발발한다면 출구전략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출구전략이 필요 없다"고 답한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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