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엇박자…강경화 "결정안돼"·靑 "열리지 않을 것"
외교당국-청와대 '소통 미흡' 지적…강경화 "시차 있을 수 있어"
G20계기 한일정상회담 사실상 불발…7월 日참의원 선거 뒤 분위기 달라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정부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해 온 한일정상회담의 무산 여부에 대해 외교부와 청와대가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일정상회담 개최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일본 정부는) 어렵다고 했지, 공식적으로 거절한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은 달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G20정상회의 기간에 한일정상회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일 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외교당국 수장과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다른 것으로, 외교부와 청와대 간에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통위에서는 이를 두고 "외교부 패싱"(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강석호 의원이 '장관 답변과 청와대의 발언이 다르다'고 지적하자 "외교부가 상대국 외교당국을 통해 듣는 것과 청와대 측에서 갖고 있는 선을 통해 듣는 것과 상당히 긴밀히 공유하고 있지만,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외교부나 청와대가 가진 정보는 동일하지만, 강경화 장관은 '한일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고, 청와대는 '너무 매달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현장에서 만약 일본이 준비돼서 만나자고 요청이 들어오면 우리는 언제든지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해 여지를 뒀다.
일단 공식적인 한일정상회담은 사실상 불발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는 이번에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면 작년 10월 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악화 일로인 한일관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본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무산된 것이다.
정부는 그간 G20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 성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2주년 특집대담에서 G20 정상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좋은 일"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정상회담을 직접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 19일에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의 해법으로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 G20정상회의를 의식해 서둘러 내놓은 제안이었지만 일본의 즉각적인 반대에 부딪쳐 사실상 폐기됐다.
물론 G20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서서 대화를 나누는 비공식적 형식으로 만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설사 성사되더라도 꽉 막힌 한일관계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일관계에서는 추가 악재도 예고돼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지난 5월 법원에 압류 자산을 매각해달라는 '매각명령 신청'에 들어갔는데 이르면 7∼8월에 실제 매각이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일본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가 이뤄지는 것으로, 이 경우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서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우리 정부도) 거기에 대해 가만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일 간에 보복조치를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대결 구도로 나아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와 '중재위 구성' 등을 잇달아 제안하고 있는데, 한국이 계속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한일관계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7월 21일께로 예상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에서 강경하게 나오는 데는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있어 참의원 선거 뒤에 일본이 다소 유연한 태도로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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