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사학비리 근절 위한 종합감사, 사학법 개정으로 이어져야
(서울=연합뉴스) 사학의 자율성이란 미명 아래 독버섯처럼 번진 회계·채용·입시·학사 부정 등 사립대의 각종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칼을 빼 들었다. 교육부는 내달부터 시민감사관을 동원해 본격적인 사립대 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 수가 6천명 이상이면서 개교 이후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은 적이 없는 16개 대학에 대해 2021년까지 차례로 감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의 학생 수, 재정 규모, 과거 비리 적발 여부 등을 고려해 감사 순서를 정할 예정이다. 감사 대상에는 고려대·연세대·서강대·경희대 등 주요 사립대가 포함돼 있다.
이번 감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처음으로 도입된 시민감사관 제도다. 시민감사관은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성 있는 직군과 교육 및 감사 분야에 실무경험이 있는 이들로 모두 15명을 선발했다고 한다. 상시 감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인력을 늘린 것이지만, 외부 인력을 끌어들여 교육공무원과 사학 간의 유착관계를 끊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읽힌다. 교육부는 시민감사관과 자체 감사 인력을 충원해 연간 종합감사 대상 학교를 기존 3곳에서 올해는 5곳, 내년부터는 10곳으로 늘리는 한편 중대 비리가 확인된 대학은 3~5년 주기로 중점 관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대 종합감사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나온 사학비리의 근절책을 구체화한 조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사학법인의 횡령·회계부정을 강하게 질책하면서 교육부에 관리·감독 강화를 주문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반부패 차원에서 본격적인 사학 적폐청산에 시동을 건 것이다.
사학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회 교육위 소속 박용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나 감사원이 적발한 사학비리는 293개교에 총 1천367건이었고, 비위 금액은 2천624억여원에 달했다. 박 의원은 "이 자료는 교육부가 각 대학으로부터 자진해서 받은 자료이기 때문에,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면 비위 실태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립대가 연간 7조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감시의 눈초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학교 문을 연 후 한 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시립대는 일반대 61곳, 전문대 50곳 등 111곳이나 된다. 전체 사립대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수치다.
사립대는 예산 대부분이 학생·학부모가 낸 등록금과 국비 지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종합감사가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건전한 사학의 육성을 위해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일부 사학은 공공성을 망각하고 사유재산이나 영리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사학비리는 이사장과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인 운영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사학비리를 근절하려면 종합감사에서 그치지 않고 시스템 개선 차원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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