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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수에 협상력 부재까지…흔들리는 한국당 '투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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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수에 협상력 부재까지…흔들리는 한국당 '투톱'
황교안, 외국인노동자 차별 논란에 아들 스펙 발언 논란까지
나경원, 국회 정상화 합의안 의총에서 퇴짜…리더십에 손상
김영우 "어정쩡한 합의…서명 먼저 한 후 결렬된 것도 실책"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자유한국당의 '투톱'이 흔들리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설화로 인해 비판 여론에 직면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가까스로 가져온 국회 정상화 합의안이 당내 의총에서 퇴짜를 맞으면서 리더십이 손상을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당 지지율 상승을 견인해야 할 투톱이 오히려 지지율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최근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과 아들에 대한 스펙 발언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 지역 기업인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에게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황 대표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적정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 단체와 노동자 단체 등은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또 황 대표는 바로 다음 날인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아들이 학점은 3점이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지만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채용비리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이튿날 "아들의 학점은 3.29, 토익은 925점"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특혜채용 의혹에 덧붙여 거짓말 논란으로 번진 상태다.
특히 정치권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청년층을 향한 '구애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로는 청년층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의 아들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며 "지금부터라도 공감과 소통에 대해서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강경론을 고수하면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협상을 주도했던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 파행 80일 만에 가까스로 '정상화 합의문'을 마련했지만, 당내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얻은 게 무엇이냐"며 거부한 것이다.
실제로 의총에서 합의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의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우 의원은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합의문에는 줄기차게 주장했던 경제청문회나 최근 북한 선박 관련된 국정조사 요구 등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며 "또 패스트트랙에 태워졌던 3가지 법안에 대해 우리는 완전한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합의 결과가 거의 완벽하게 부결된 것인데 갑작스럽게 왜 이런 합의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여야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입장 변경이 없는데 어정쩡한 합의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기술적인 문제로서 나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서명까지 하고 나서 의총에서 부결돼 합의를 깬 모양새를 취하게 된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며 "다만 의총에서 불신임이라는 말 자체는 나왔지만 불신임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라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니 힘을 실어주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협상문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한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원했던 것은 패스트트랙을 무효화 하라고 했던 것인데, 여당은 '합의하려고 했으나 안됐다'고 하면 그만"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합의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일단 사인을 하기 전에 최고위에 올려야 했고 그러면 의총에서도 반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외, 대내 협상에서 모두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이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최소한 협상에 임하는 원내대표의 재량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 관련 협상 초기 과정부터 비례대표 폐지 등 상대방이 받기 힘든 카드를 제시해 고립을 자초했고,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도 '주고받기식'의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도 당 안팎의 압박을 지나치게 의식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실익도, 그리고 명분도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나 원내대표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전보다 강경한 노선을 견지하고, 결국 국회 정상화 협상이 더욱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jesus786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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