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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제 안에 없는 '비스트' 본능 꺼내려니 스트레스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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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제 안에 없는 '비스트' 본능 꺼내려니 스트레스 받았죠"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비스트'는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폭주하는 두 형사 이야기를 그린다. 사건 그 자체를 쫓기보다, 목표물 앞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짐승 같은 본성을 까발리는 데 집중한다. 통상적인 범죄 스릴러 영화와 차별점이다.
배우 이성민(51)은 살인을 은폐해주는 대가로 살인마에 대한 정보를 얻지만, 이 사실을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에게 쫓겨 파국을 향해가는 형사 한수를 연기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정도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면서 "워낙 무겁고, 감정이 어두우니까 찍으면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색다른 이야기와 메시지에 끌려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보통의 형사물은 범인을 잡는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형사가 형사를 잡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안에 괴물이 있다는 메시지도 독특했어요. 원칙을 지키는 형사와 원칙을 파괴하는 형사, 진짜 악당이 가진 공통분모를 생각해볼 수 있게 화두를 던진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성민은 이 작품에서 실제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끓어오르는 감정 연기를 선보여 '연기 비스트'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런데도 그는 "사실 저와는 안 맞는 캐릭터였다"고 털어놨다.
"내면에 가진 비스트 중 하나를 끄집어내야 하는데, 사실 저는 별로 없거든요. 제 안에 없는 것을 자꾸 끄집어내서 확대해 연기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어요."

영화 '베스트셀러'(2010) '방황하는 칼날'(2014)에 이어 이성민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정호 감독은 이성민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끌어내려 했다. 이성민은 "감독님이 침묵으로 압박을 줬다. 매 장면 오케이 사인이 늦게 났다"면서 "배우가 생각했던 것 이상을 연기하게 했다"고 되돌아봤다.
특히 액션신 가운데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이성민을 더욱 힘들게 했다.
"연기하면서 이렇게까지 사람을 많이 패본 것도 처음입니다. 특히 주먹을 휘두르는 '훅'이 아니라 앞으로 뻗어서 때리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런 액션은 상대 배우가 리액션하기 힘들어서 사고 위험이 있었죠. 오마담(김호정)과 춘배(전혜진)를 때리는 장면도 그렇고…어휴, 차라리 제가 맞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촬영 과정은 힘들었지만, '비스트'는 이성민에게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원래 캐릭터와 거리감을 유지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배역에 어느 정도 동화됐다"면서 "특이한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이 영화를 계기로 제가 자신 없어 하던 부분을 한 번 더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배우는 감정의 경험이 중요하거든요. 어느 경지를 한번 가보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커집니다."
이성민은 그래도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리고, 직진하는 악당 연기는 잘 안 된다"면서 "이 세상에는 배우 숫자만큼 캐릭터가 있고, 다 각자의 영역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재명에 대해선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연기는 기본적으로 액팅, 리액팅으로 나뉘는데, (유)재명이와 연기하면서 합이 잘 맞아서 짜릿함을 느꼈어요. 흥행 부담이요? 저는 그냥 재명에게 묻어가려고요. 하하."
이성민은 드라마 '미생'(2014)의 오상식 과장 역을 비롯해 '골든 타임'(2012), '기억'(2016), 영화 '보안관'(2016), '바람 바람 바람'(2017) 등에서 주로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역할로 관객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영화 '공작'에서 북한 고위 간부역을 맡아 부일영화상, 영평상, 백상예술대상 등 각종 영화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올해는 '비스트'에 이어 '남산의 부장들' , '미스터 주'(가제)로 관객과 만나며, 현재는 영화 '제8일의 밤'을 촬영 중이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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