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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태고종 총무원장 "종단 갈등 대화로…'사회법'은 최후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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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태고종 총무원장 "종단 갈등 대화로…'사회법'은 최후수단"
내홍 속 27일 취임…탄핵당한 前총무원장 반발 '여전'
호명스님 "더는 망가지지 말아야…태고종-조계종 통합 어려워"


(순천=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한국 불교계에서 대한불교조계종과 함께 양대 종단으로 꼽히는 한국불교태고종에 바람 잘 날이 없다.
2015년 종단 내분과 폭력사태로 전·현직 총무원장이 동시 구속되더니 올해는 현직 총무원장이 임기 중 탄핵당하는 불명예 기록을 추가했다.
제26대 총무원장이던 편백운스님은 올 3월 열린 종단 중앙종회에서 회계부정과 공문서위조 등으로 불신임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탄핵을 당한 총무원장은 종회 결정, 이를 인준한 종단 원로회의의 판단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종단 내부에서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불신임 결정 뒤로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총무원 건물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남은 임기를 나홀로 이어가고 있다.
극도로 어수선한 가운데 내부 수습작업도 시작됐다. 차기 총무원장 선거공고가 났고 전남 순천의 선암사 주지인 호명스님이 단독 입후보했다.
태고종은 총무원장 후보가 단독 입후보할 경우 자격에 문제가 없으면 무투표로 당선을 확정하도록 한다. 이런 규정에 따라 호명스님은 오는 27일 종단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7대 총무원장 당선증을 받고서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최근 선암사를 찾아 호명스님을 만났다. 총무원장이 되면 꼬일 대로 꼬여버린 태고종 사태를 풀어갈 해법이 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그는 종단 화합이 대전제라며 '대화'를 여러 번 언급했지만 더는 어렵다는 판단이 설 때는 '사회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7일 당선증을 받으면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에요. 무엇보다 편백운스님 측을 만나보고자 노력하려고 합니다. 대화로 풀어가는 방향으로 해결해야죠. 대화로 풀고 싶습니다만 정 안된다면 '사회법'으로 갈 수밖에요. 다만 최후의 수단입니다"
호명스님은 편백운스님과 과거 총무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각별하지는 않아도 말이 어긋나는 사이는 아니었던 터라 여전히 대화로 상황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고 있었다.
"내가 총무원장에 입후보한 뒤로 저쪽에서 인격 모독적인 공격을 하고 있지만, 저 또한 똑같이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럴 말재주도 없습니다. 더는 종단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는 1998년과 2002년 각각 총무원 사회부장과 사업부장, 2007년부터 8년간 서울북부교구 종무원장, 2015년 종단 내분과 폭력사태 때 총무원 부원장을 지냈다. 종단 내에서 행정 경험이 풍부한, 종단을 잘 아는 스님으로 꼽힌다.
그러나 호명스님은 경력보다는 자신의 중립적인 입장이 태고종 사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편 네편 갈라 싸우는 상황에서 중립을 언급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는 과거 내분 사태 때를 떠올렸다.
"당시에 총무원 부원장을 했는데요, 양쪽(당시 전·현직 총무원장 양측)이 서로 쳐들어가고 쳐들어올 때 저는 그렇게 하지 말자는 입장이었어요. 모든 게 시간을 갖고서 하다 보면 다시 정상적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2015년 내분 때는 조직폭력배까지 동원돼 전·현직 총무원장 양측이 맞붙었다. 그 결과 전·현직 총무원장이 구속됐다. 종단에는 큰 상처, 불자들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실망을 안겼다.
종단 내분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이지만 호명스님에게는 총무원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종단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이다.
결혼을 허용하는 태고종에서는 승려의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 출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토대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태고종에서는 매년 50명가량이 승려의 길로 들어오고, 이 중 4∼5명은 부모를 승려로 둔 경우다.
"우리 종단에는 (스님들의) 2세가 많이 출가합니다. 모두 합하면 몇백명 정도가 돼요. 이미 결혼하신 2세 중에서 뒤늦게 출가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들을 잘 교육해 등용한다면 종단 인재로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호명스님도 불자와 결혼해 자녀 2명을 뒀다. 하지만 둘은 승려가 아닌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교사로 각각 활동한다.
그는 종단 안정과 종도 화합, 종단 위상 제고, 종립 교육부 인가대학 설립, 중앙과 지방교구의 협치 체제 구축 등을 임기 4년간 실행해가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호명스님은 한동안 불거진 조계종과 태고종 통합 문제를 놓고는 조계종의 '독신출가자' 종법 규정을 거론하며 "통합은 안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dd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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