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품격의 도시…수영대회로 민주·평화 가치 알려지길"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봉 잡은 노태철 부총장 인터뷰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품격과 기품이 있는 광주·전남에서 공연할 때마다 즐겁고 행복합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 20일 기념 공연을 앞둔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노태철 지휘자(야쿠티아 음악원 부총장)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97년 동양인 최초로 빈 왈츠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발탁된 노 부총장은 유럽 각지 140여개 유명 오케스트라와 280여개 공연장에서 800회 이상을 지휘했다.
그는 1999년 좋은 조건을 제시한 미국에서 4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지만 뭔가 채워질 수 없는 허전함을 느꼈다.
그는 "미국에서 호화로운 생활도 3년이 지나니 필요가 없었다. 물질도 너무 풍족하면 행복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며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생각해보니 '예술'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공연을 갔을 때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음악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은 보이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깨달은 노 부총장은 결국 예술을 찾아 미국서 받은 대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조건에 러시아행을 결정했다.
2004년 러시아로 건너간 노 부총장은 블라디보스토크, 니즈니 노브고로드, 볼고그라드, 타타르스탄, 울란우데 등 러시아 각지의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를 역임했다.
한·러 문화교류에도 힘써온 노 부총장은 각종 공연과 행사로 광주·전남을 여러 번 방문하기도 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정이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며 광주·전남에 매료된 노 부총장은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휴가를 올 때마다 이 지역을 찾아오고 있다.
공산국가에 살다 보니 광주 민주화운동이 노 부총장에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다.
노 부총장은 "영주권을 받기 위해 러시아 정보기관의 인터뷰를 하는데 도청을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까지 다 알고 있었다"며 "러시아는 지금까지도 모든 것을 검열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민주화를 경험한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독재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광주가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전히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광주가 넓은 마음으로 품에 안고 평화의 가치로 승화시키는 세계적인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며 "수영대회가 세계인에게 광주의 민주·평화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 부총장이 이끄는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광주 공연은 이날 오후 8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공연에서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차이콥스키를 시작으로 베르디 등 명곡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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