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받았던 스페인 집단성폭행 '늑대떼' 중형 확정
대법원, 특수강간 인정해 5명 가해자들에 징역 15년 선고
1·2심 가벼운 처벌로 스페인 전역서 여성 수만 명 시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대법원이 10대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5명의 남성에게 하급심의 가벼운 처벌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21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대법원은 소위 '늑대 떼'라는 자칭 별명으로 알려진 피고인 남성 5명에 대해 특수강간죄를 적용해 각각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7월 북부 팜플로나의 소몰이 축제 기간에 당시 술에 취한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들은 휴대전화로 범행 장면을 찍어 메신저인 왓츠앱에 '늑대떼'라는 타이틀을 달아 대화방에 올리며 자랑하기도 했다. 전직 경찰관과 군인 등이 포함된 이들에게 검찰은 22년형을 구형했지만, 원심 재판부는 특수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7년 열린 1심은 사건 당시 가해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피해자가 수동적인 태도로 내내 눈을 감은 채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결국 강간이나 특수강간보다 형량이 가벼운 '성적 학대죄'로 유죄를 선고했고, 이들은 징역 9년을 받은 뒤 2개월 후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들이 석방되자 스페인 전역에서 수만 명의 여성이 시위에 나서면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항소심도 가해자들에게 엄벌을 내리지는 않았다. 항소법원은 가해자들이 피해 여성에 위협이나 협박을 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피해 여성이 일종의 '소극적 고통'(passive suffering)을 겪었을 뿐이며, 이 여성을 겁주기 위한 위협이나 행동의 확실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1·2심의 결정을 파기하고 강간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행위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위협이 실재했음을 사실관계들이 보여준다"면서 판례들에 비춰 이 사건은 강간으로 다뤄야 하며 집단으로 행해졌으므로 가중처벌한다고 판시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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