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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종이 성지' 사로잡은 한지…한지패션쇼·공예전 '시선집중'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 원주 한지개발원과 손잡고 다채로운 한지 행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움브리아 주에 위치한 소도시 파브리아노는 일찍이 종이 제작 기술이 발달해 종이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서양에서 최초로 종이를 제작해 1천200년이 넘는 종이 제작 역사를 지닌 곳으로 알려진 파브리아노는 종이 제작과 종이 공예 기술을 인정받아 유네스코의 창의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양의 종이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곳에서 우리 종이 한지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 종이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파브리아노의 종이박물관의 한 켠에서 지난 10일 개막한 한지 전시회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아 끌면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
'한국에서 불어온 동양의 바람'(Vento d'Oriente dalla Corea)이라는 주제로 오는 8월 31일까지 진행되는 한지 전시에서는 한지 작가 20여명이 제작한 한지로 만든 닥종이 인형 시리즈와 한지 조명, 조형 작품들이 설치돼 은은한 멋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원주 한지의 진흥을 위한 기관인 사단법인 한지개발원과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이 2011년 맺은 문화교류 협정의 결실로 성사된 것이다.
지난 14일 밤에는 파브리아노의 중심 광장에서 한지와 한지 직물로 제작된 다채로운 한지 의상 50여 벌을 소개하는 한지 패션쇼가 열려 광장을 채운 4천여 명의 관람객을 매료시켰다.
파브리아노에 모인 180곳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콘퍼런스의 메인 무대를 장식한 이날 패션쇼에는 한복 디자이너 강영숙, 곽현주, 이진윤 등과 함께 현지 디자이너 루이지 브루노가 한지로 만든 웨딩 한복을 비롯해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지 옷들을 소개해 큰 박수를 받았다.



브루노 씨는 "종이로 옷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한지로 완성된 옷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르조 펠레그리니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장은 "파브리아노에서 한지 전시와 패션쇼를 선보일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특성도 다르지만 한지와 파브리아노의 종이는 여러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수백 년 동안 이어 온 종이라는 위대한 인류의 문화 유산을 더욱 발전시키고, 더 잘 계승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펠레그리니 관장은 한지 패션쇼 관람을 위해 파브리아노를 찾은 오충석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장에게 내년에 한지를 매개로 한국문화원과 공동 행사를 개최하자는 제안도 했다고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측은 20일 밝혔다.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은 오는 8월 '한국에서 불어온 동양의 바람' 전시가 마무리되면 박물관 한켠에 원주 한지를 소개하는 상설전시관도 개관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전시와 패션쇼의 큐레이터를 맡은 공연기획사 KAE의 정예경 대표는 "현지 관람객과 문화계 인사들은 성질이 질기면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한지의 특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이탈리아 내에서 우리 한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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