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중정상회담에 일단 침묵…복잡한 속내로 상황 주시(종합)
재선용 성과 절실한 트럼프, 미중무역담판 목전 대미 지렛대 키운 中 부담
中의 북미협상 개입폭 확대도 美엔 거북…시진핑 통한 '김정은 메시지' 여부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처음으로 평양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미국의 시선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 모두 양국의 밀착을 대미 지렛대로 쓰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측면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 및 중국과의 무역담판이라는 두 전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일 행보가 관심이다.
중국중앙(CC)TV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평양에서 회담한 뒤 긴장 완화를 위한 여러 적극적 조치에도 유관국의 적극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면서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협상 지속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계속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면서 비핵화 협상에 있어 중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생각도 분명히 했다.
시 주석 역시 "중국은 조선(북한)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제재완화를 두고 북미가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키플레이어' 역할을 하겠다고 천명한 셈이다.
일단 미국은 북중정상회담 진행 상황에 침묵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현안에 대한 여러 생각을 밝혔지만 북중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백악관에서 회담하면서 취재진과 문답을 하기는 했지만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 사건으로 질문이 대이란 후속대응에 집중되면서 북중정상회담 관련 질문은 없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관련 발언을 꺼내지도 않았다.
미 국무부도 북중정상회담에 대한 입장 질의에 따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의 무역담판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 김 위원장과의 밀착을 대미 압박 카드로 쓰려는 시 주석의 의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은 시 주석의 평양 도착 약 9시간 전에 북한과 연계된 중국 소재 회사에 은행 계좌를 열어준 러시아 회사를 제재, 중국에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공조에서 이탈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주로 다가온 G20 미중 무역담판은 북한이라는 대미 지렛대를 추가한 시 주석과 재선 도전 공식 선언 이후 지지층 확대를 위한 대내외 성과 확보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과 관련, 교착상태인 북미협상 전망을 계속해서 구름 낀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 동시에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G20 미중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북미협상 재개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메신저가 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 폭을 넓히는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갑게 만은 여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입김 차단을 위해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독자적 노력에 좀 더 신경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공개강연을 통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분석된다.
반면 비건 대표의 공개강연 4시간 후 미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회피를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유연한 접근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시각도 있는 상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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