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하와이 우쿨렐레 페스티벌 가는 할머니들
(서울=연합뉴스) 이세연 인턴기자 = "와이키키 해변을 그림으로나 봤지. 우쿨렐레로 꿈에 그리던 하와이에 갈 줄 누가 알았겠어?"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흥바람' 난 한국 할머니들이 뜬다. 서울 성동시립노인복지관과 청구노인복지센터·방배노인종합복지관의 우쿨렐레반 학생 9명의 평균 나이는 74세.
'코리아 시니어 우쿨렐레 클럽'이란 이름을 내건 이들은 다음달 21일 와이키키 해변에서 열리는 '제49회 하와이 우쿨렐레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49년 전통의 이 페스티벌에 한국 노인들이 참가하는 건 처음이다.
다음달 18일부터 25일까지 하와이에 머물며 한인 양로원 등에서 연주 봉사도 할 계획이다.
홍숙기(66)씨가 우쿨렐레를 처음 접한 것은 3년 전. 양쪽 어깨 근육 파열로 수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엔 퇴행성 관절염이 생겼고, 연이어 방광염 수술까지 해야 했던 때였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우쿨렐레를 만나 잠시나마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
홍씨는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지쳐있던 때였어요"라며 "우울하고 쓸쓸한 기분이 가시질 않아서 기분 전환할 것을 찾다가 만난 우쿨렐레를 통해 많이 밝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우쿨렐레를 배운 지 4년째라는 오근자(73)씨는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한 가지 목표를 바라보며 (우쿨렐레를) 배운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고 했고, 김덕례(78)씨는 "이거(우쿨렐레) 하는 순간은 악기를 못 쳐도 그저 즐거워요"라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연주법을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라 반복 학습은 필수. 강사 김성은(41)씨는 "다음 수업 진도를 나가려고 해도 기억이 안 난다고들 하셔서 여러 번 가르쳐드려야 한다는 점이 조금 힘들지만, 그 어떤 학생들보다 어머니들의 수업 태도가 좋고 분위기도 밝다"고 추켜올렸다.
하와이 페스티벌 참가도 '할머니 학생'들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강사 김씨는 "구청이나 서울로에서 공연하시곤 하더니 열망이 커지셨는지 '우리도 우쿨렐레의 나라인 하와이에 한번 가보자'고 하셔서 이렇게 실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꿈은 하와이가 끝이 아니다.
최고령자인 양영자(79)씨는 "처음에는 '도'도 짚을 줄 몰랐는데 배우다 보니까 실력이 늘고 욕심도 생겨서 이제는 우쿨렐레 연주로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오근자씨는 "우리 팀을 계속 유지해 가면서 체계적이고 알찬 연주 그룹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산옥(78)씨는 "우리가 이렇게 도전하는 걸 보고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나와서 함께 즐기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옆에서 최고령 양영자씨가 "하와이에 가면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보는 게 소원"이라며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se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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