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의 새 패러다임으로 '민족경제 균형발전'을"
강영식 우리민족돕기 사무총장, '인도적 지원의 종언' 주장
"쌀을 정치에서 해방시키자"…'쌀 지원' 제도화 강조
북한 대남기구 약화와 새로운 협력틀 가능성…통전부→내각 비정부조직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20일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보다 명확해진 것은 지난 20년간 진행돼온 인도적 대북지원의 별도 영역이 사라지고 이제부터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틀에서 대북지원의 영역이 존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율곡로 포럼'에서 '평화공존의 시대, 대북지원의 새로운 방향-북한의 식량실태와 지원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제는 잘사는 남한이 못사는 북한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민족 균형발전의 틀에서 대북 지원행위를 바라보자"며 이같이 주장했다.
강 총장은 또 "남북관계의 질적인 변화가 곧바로 민간교류의 확대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낙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남북관계에서의 민간 패싱의 현실화' 문제를 지적한 뒤 "어떻게 시민사회가 독자적 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대남기구의 현 상황과 관련, "민간교류의 유일한 '좁은 문'이었던 통일전선부의 약화가 당장은 민간교류의 약화로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남북 간 교류의 새로운 협력틀을 만들어 낼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우리 민간단체가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총장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내각 산하에 비정부조직을 지향하는 다양한 조직들을 꾸려냈고 국제 NGO(비정구기구)와 해외동포단체들과의 협력사업들을 상당히 발전시켜왔다"면서 조선교육후원기금, 조선록색후원기금, 조선병원협회, 민족사회문화교류협회, 조선농촌협동발전개발협의회, 조선어린이후원기금, 조선결핵·말라리아반대후원기금 등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개발협력사업의 북측 파트너의 다양화와 변화를 살펴야 한다"면서 "북한 체제의 특성상 당분간 민화협 또는 민경련 등이 협력사업의 1차 파트너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각 산하 관련 기구와의 협력을 점차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협력 추진 시 대북 제재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과 관련, 강 총장은 "제재면제 승인 신청에 통일부와 외교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운영을 통해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총장은 북한의 식량실태와 관련해 "2005년 이후 국내 생산량과 외부 도입량 감소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권장소요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식량의 절대부족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면서 올해 들어 최소 소요량보다 120만~158만t이 부족할 정도의 식량위기라고 진단했다.
강 총장은 "일각에서 북한 식량사정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입장을 주장하면서 북한 기본 식량배급량 365만t 등을 언급하는 것은 실제 상황과 다르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모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수준에 비교하면 북한은 연간 880만t이 필요하고, 베트남 수준으로 보아도 연간 700만t 이상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총장은 "한반도 허리를 갈라놓은 휴전선 남쪽과 북쪽에서 각각 태어나고 산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현격히 격차가 나고 특히 아이들의 삶과 성장이 확연히 다른 지금의 현실을 방치하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평화공동체 등을 운운하는 것은 자칫 공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에 국제기구를 통해 5만t의 쌀을 지원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강 총장은 "국내산 쌀의 대북 지원은 남북관계의 바로미터이자 남남갈등을 첨예화시키는 핵심 문제이기 때문에 '쌀 지원'의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박창일 '평화 3000' 운영위원장'은 ▲민족경제 균형발전 차원에서 북측뿐만 아니라 남측에도 이익이 있어야 대국민 설득이 용이하고 ▲대북지원사업과 관련한 북한의 태도 변화도 절실하며 ▲북한도 '당의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북한에 변화를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대북 쌀 지원 사업을 남북 민생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우리가 쌀을 지원하고 북한의 모래와 석재를 반입하는 등 구상무역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는 '북한의 태도 변화' 이전에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 선언에서 합의한 것들을 적극 이행해 나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유 재외동포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통일교류협력단장은 북한의 식량실태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실태가 심각하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보현 법무법인 화우 공익재단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프레임으로 남북교류협력을 바라봐서는 더 지속할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당국이 민간교류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의 방북과 관련해 "평양을 거쳐 서울에 오려는 것이고, 각개격파로 한반도 문제에 들어오려는 의도"라면서 "북·중 정상이 만나면 항상 중국의 대규모 대북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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