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센서 만들던 과학자, SF 소설집 내다
김초엽 "개인이 변화하는 세계에 어떻게 맞서는가 얘기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최근 주목받는 공상과학소설(SF) 작가로 떠오른 김초엽이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동아시아)을 펴냈다.
1993년생, 이제 스물 여섯살 젊은이인데도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호평을 받는 유망주 첫 소설집이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개인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SF가 사회 구조나 권력을 다루는 장르인데, 그중에서도 개인이 경험하는 것, 개인이 세계에 어떻게 맞서는가를 주로 다루고 싶었어요."
18일 광화문 한식집에서 만난 김초엽이 이번 소설집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한 주제의식을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기술로 인해 달라진 세계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초엽의 소설은 쉽게 읽힌다. 어려운 기술적 문제를 고등학교 졸업자 정도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기 때문이다. 난해한 용어는 과감히 생략하고 불필요한 기술적 설명이나 묘사도 피한다.
"대학생 때 과학 소재 칼럼을 자주 썼는데 나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대학교 1학년 정도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쓰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기술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기술과 관련된 군더더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죠."
김초엽은 명문 포스텍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과학자이지만, 일단 전업작가의 길을 걸어보기로 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당분간 바이오센서를 연구하는 대신 감성과 은유, 상상의 세계에 몸을 던진 것이다.
예술가인 그의 부모도 김초엽이 작가의 길을 걷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지원하는 쪽이라고 한다. 부친은 음악가, 모친은 작가라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장편 SF'를 쓰는 것을 단기 목표로 잡았지만, 전업 작가를 계속할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앞으로 계속 전업작가로 활동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살다 보면 여러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김초엽은 영향을 준 작가로 국내에서 김보영, 정소연을, 외국에서 옥타비아 버틀러를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낸시 크레스의 '허공에서 춤추다'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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