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거돈 "동남권 관문공항은 정치 아닌 경제 문제"
"총선과 연관 바람직 않아…추석 전 결정돼야"
지난 지방정부 색채 지우기 논란엔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야"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오거돈 부산시장은 동남권 관문공항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우려하며, 올해 추석 전 총리실에서 이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경제 부진과 관련해서는 전통산업 고도화와 새로운 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체질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3년 만에 부산 지방 정권이 교체됐다. 시민 기대 높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지난 1년 성과를 평가해 달라.
▲ 민선 7기 출범은 '부산을 제대로 바꿔보라'는 시민 명령이었다. 성과는 우선 23년간 묵은 갈등을 해소한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상화했고,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됐다. 구포시장 도축 문제 해결 등 해묵은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또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를 위한 큰 설계도를 완성한 시기였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유치, 2030 부산 월드 엑스포 국가 사업화 확정, 동남권 관문공항 본격 의제화 등을 통해 동북아해양수도 부산의 내외적 비전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시 조직도 정책, 일하는 방식 등을 확실히 개선해 놓았다. 적어도 부산시 공무원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전국 최고라고 생각한다.
-- 동남권 관문공항을 본격 의제화했다고 했는데 이는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지역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바꾸는 것이 옳다는 국민 다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동남권 관문공항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다. 부산·울산·경남 경제부흥은 물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제대로 된 관문공항은 필요하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소음 피해 범위는 최소 10배 늘어나는데 이를 묵인하자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이미 김해공항 문제에 관해서는 국민께 상세하게 알려드렸고, 합리적인 판단이 내려진다면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활주로 1본을 추가로 건설하는데 7조원이라는 돈을 쏟아붓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이 문제가 또다시 쟁점화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겠나.
▲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아직 공항 건설의 첫 삽도 뜨지 않은 지금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공항 문제가 수십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총선과 연관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올해 추석 이전에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동남권 관문공항이 선거 문제, 정치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 공항뿐만 아니라 버스중앙차로(BRT), 오페라하우스, 부산시민공원 재개발 등 과거 지방정부가 해 왔던 사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 BRT는 버스 노선 조정, 준공영제 혁신 등 마땅히 준비해야 할 기본이 되지 않았다. 오페라하우스 역시 예산계획도 없었고, 문화적 위상과 비전도 없이 추진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시민 혈세를 그대로 투입할 수는 없었다.
절차는 제대로 준수했는지, 시민 공감대는 형성됐는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었다.
BRT나 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하게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한 게 아니라 속 빈 강정을 채우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은 민선 7기 타협할 수 없는 시정 운영 방침이다.
-- 최근 고용지표가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주력산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해 지역경제가 어렵다.
▲ 지난달 부산시 고용률은 최근 2년 이내 최고 수준이지만 여전히 전국평균 고용률과는 차이가 있다.
4개월 연속 고용률이 상승한 것은 민선 7기 부산시가 일자리 문제 해결과 민생경제 활력 회복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부산경제가 근본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조선,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전통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접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금융, 파워반도체 등 차세대 신성장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이스, 관광, 서비스 산업을 부산의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에코델타시티,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특구 조성 등을 통해 ICT의료산업, 핀테크 및 블록체인 등 금융기술산업과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해 나가겠다.
-- 변화에 대한 부산시민 기대가 높았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실제 평가는 그렇지 못하다.
▲ 1년 전 부산시민은 시를 바꾸고, 시의회를 바꾸고, 구·군과 구의회를 바꿨다. 큰 변화지만 아직은 줄기와 뿌리까지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습관과 관성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가치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도 부산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격려를 받는 것이다.
-- 앞으로 시정 목표와 방향은 어떻게 되나.
▲ 이제 정비를 마친 수준이라 생각한다. 낡은 엔진을 고쳐서 새롭게 시동을 걸고, 구멍 난 타이어를 바꿔서 속도를 감당할 준비를 했다.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해서 시대에 맞는 발전 방향을 찾았다.
원도심을 몸통으로, 동부산과 서부산을 양 날개로 활짝 펼 수 있는 부산 대개조 그림을 그렸다. 동남권 관문공항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8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부터 부산발전을 위한 사업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계획이다.
p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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