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식량 빼돌리면 이번 주말부터 원조중단"…예멘 반군에 경고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내전과 기근으로 극심한 식량난에 빠진 예멘에 지원된 구호 식량을 후티 반군이 지속해서 빼돌리는 행태에 대해 유엔이 원조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력히 경고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열린 예멘 내전 관련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후티 반군이 구호 식량을 빼돌리거나 유용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경우 이번 주말부터 원조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우리가 지원한 식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시정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차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 세계 다른 곳에서 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이라며 "이 문제로 아이들이 지금 굶어 죽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멘 정부군이 통제하는 지역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으나 정부군의 경우 이런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고 비즐리 사무총장은 밝혔다.
그는 이달 초에도 반군을 겨냥해 구호 식량을 빼돌리는 행태를 멈추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WFP는 반군 측이 원조 식량을 빼돌려 전선에 보내거나 암시장에 팔아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의심한다.
WFP는 최근 반군의 일부 지휘관들이 식량 수송대 접근을 거부하거나 구호 대상 선정을 방해하는 등 비협조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안보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주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남부의 아브하 국제공항에 감행한 미사일 공격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당시 공격으로 민간인 26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로우 콕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은 예멘의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 특사는 작년 12월 합의된 포로 교환이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반군과 정부군 측에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예멘은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세력을 키운 후티 반군이 2015년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내전에 돌입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내전에 개입하며 국제 분쟁으로 확대됐다.
구호기구에 따르면 4년간 지속한 내전으로 다수의 민간인을 포함한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은 330만명이 주거지를 잃었으며, 예멘 전체 인구의 3분의 2인 2천410만명이 원조가 필요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추산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