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미얀마에 지원 중단 경고 "아파르트헤이트 안 돼"
가디언, 유엔 서한 입수…"인명구조용 제외한 지원 보류"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유엔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 정부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일간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유엔 미얀마 인권 코디네이터인 크누트 오스트비가 미얀마 정부에 보낸 서한을 입수했다며 서한에는 아파르트헤이트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유엔 및 그 협력단체들의 결정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지금과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내국인 난민'(IDP) 수용소들에 시급한 인명구조용을 제외한 어떤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단체들은 미얀마 라카인주(州) 폭력 사태에 따라 수용소로 피신한 무슬림을 위해 7년 전부터 지원 활동을 펴오고 있다.
지난 6일 자로 표시된 이 서한에는 이 순간부터 '이동의 자유'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유엔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현 미얀마 정부의 정책은 로힝야족에 대한 격리를 공고히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오스트비 코디네이터의 판단이다.
미얀마 정부는 2017년 로힝야족과 '카만 무슬림'(인도아리안계 이슬람교도) 12만8천명이 수용된 내국인 난민 수용소들을 폐쇄하기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용소 난민은 이동의 자유가 크게 제한되고 매우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인 상태였다.
또 미얀마 정부는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주도한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이들 난민의 재정착을 돕겠다는데도 동의했다. 이 권고는 난민의 의사를 존중해 재정착시키는 한편 본래 살던 마을 가까이에 생계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수용소를 나와 재정착을 한 로힝야족의 생활 조건은 몹시 열악해 이전과 변한 게 없다. 특히 이동의 자유나 생계수단에 대한 접근 등 기본적 인권은 거의 전적으로 부정된 상태다.
이번에 유엔이 미얀마 사회복지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이들 난민의 환경은 달라진 게 없다. 폐쇄하기로 한 낡은 수용소나 신설 수용소 모두 여전히 기본 서비스나 생계수단 모두 접근 기회가 없고, 수용소들의 위치도 사실상 변한 게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고위관리는 "기존 캠프에, 혹은 그 옆에 영구 주택을 짓겠다는 (미얀마) 정부의 계획은 아파르트헤이트 같은 격리가 영속적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수용소에 대한 조건부 지원을 위한 '레드라인'을 넘었다"라고 이번 유엔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내에서 오랫동안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의 하나로, 2012년에는 폭력 사태로 수십만명의 로힝야족 주택이 파괴됐다.
이어 2016년 10월과 2017년 8월에는 미얀마 당국의 치안 작전으로 약 80만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갔고. 약 50만명은 여전히 미얀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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