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순방 결산] '평화' 띄워 南北-北美 대화재개 '예열'…김정은에 공 넘겨
'오슬로 구상'·'스톡홀름 제안'서 새 선언보다 평화·대화 강조
평화·번영 가져온 '헬싱키 프로세스'·'스웨덴 모델'로 金에 대화 촉구
'결단의 공은 金 손에' 메시지…'트럼프 만나기前 남북정상 만나자' 구체 제안
'북미, 실무협상→정상회담' '비핵화→재래식무기 군축' 로드맵도
(스톡홀름=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기자 = 16일 마무리된 문재인 대통령의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 3국 순방의 요체는 '평화'와 '대화'로 요약된다.
하노이 북미 담판 결렬 이후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언제든지 문이 열려 있다며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를 촉구했다.
대결을 접고 평화를 선택하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번영을 누리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들면서 김 위원장에게 유화의 메시지를 연일 발신한 것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협상이 교착에 빠졌지만,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회담 재개와 비핵화 실현 여부를 위한 '결단의 공'을 김 위원장에게 넘긴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12일 노르웨이 '오슬로 구상'과 14일 스웨덴 '스톡홀름 제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인 1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제목의 대북구상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오슬로대학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며, 대화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문 대통령은 대화 교착을 타개하려는 방법으로 거창한 제안이나 선언을 하기보다 서로 간의 신뢰와 대화를 강조하는 기본을 선택했다.
하노이 담판 결렬은 물론 이후 비핵화 대화가 난항을 겪는 상황의 이면에는 북미 간 불신으로 인한 대화 단절이 도사리고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그 타깃으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미국보다는 미사일 발사와 대미·대남 비난 언사 등으로 갈등의 씨앗을 제공하고 있는 북한을 겨냥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문 대통령이 제시한 키워드는 ▲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 ▲ 이웃 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뤄 그 혜택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미치는 동시에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해 동북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자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고 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 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스웨덴 의회연설에서는 '스웨덴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핵을 포기하고 평화를 선택해 결국 번영을 누리는 스웨덴의 역사를 롤 모델로 삼아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겠다는 다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대화의 장으로 하루속히 나오라는 촉구성 메시지다.
'스웨덴 모델'은 이번 순방 중 숱하게 거론했던 '헬싱키 프로세스'와도 맥을 같이 한다. 헬싱키 프로세스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 동맹 35개 회원국이 유럽 안보협력을 위해 1975년 체결한 '헬싱키 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을 뜻한다.
국가 간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도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은 '스톡홀름 제안'에서 남북이 서로 가져야 할 세 가지로 ▲ 남북 국민 간의 신뢰 ▲ 대화에 대한 신뢰 ▲ 국제사회의 신뢰를 제시했다.
'오슬로 구상'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는 평화를 강조했다면 '스톡홀름 제안'은 그런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상호 간의 신뢰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며 남북미 모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평화프로세스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희망대로 체제가 보장될 수 있음도 역설했다.
다만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해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을 만족시킬 '추가적인 액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접경위원회'를 사실상 제안하기도 했다. 과거 동서독 사례처럼 접경위를 설치해 홍수·화재 등 해당 지역 재난에 공동대응하는 동시에 분쟁을 막고 소통을 강화해 신뢰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중에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남북·북미 대화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 손에 달려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13일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시기·장소·형식을 묻지 않고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해 친서 내용이 북미대화 재개에 긍정적인 요소이거나 적어도 현재의 교착 국면이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중단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개략적인 로드맵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5일 한·스웨덴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며 "실무협상을 토대로 (북미) 정상 간 회담이 이뤄져야 하노이 2차 정상회담처럼 합의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날 스웨덴 의회연설 직후에는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이어서 재래식 무력에 대한 군축도 함께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해 '선(先) 비핵화, 후(後) 재래식무기 군축' 협상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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