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케이뱅크 자본확충 구원투수로 우리은행 나서나
우리은행 지분 확대시 자회사 편입 문제 걸림돌
NH투자증권 금융자본 간주해야 주장도…인터넷은행법 개정 변수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자본 확충이 시급한 케이뱅크의 구원투수로 우리은행이 등판할지 주목된다.
케이뱅크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KT[030200]가 담합 혐의로 경쟁 당국으로부터 과징금 조치와 함께 검찰 고발까지 당해 사실상 '전주(錢主)'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주사는 우리은행밖에 남지 않았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현재 4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자본은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에 미흡한 수준이다.
당초 케이뱅크가 추진하려던 유상증자 규모는 5천900억원이었다. 이는 KT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시행을 계기로 케이뱅크의 지분을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가 적발돼 검찰에 고발까지 당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최대주주로 올라서려는 KT의 시도는 무산 기로에 놓였다.
산업자본인 KT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한도인 10%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이유로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상태다.
남은 대안은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사인 우리은행(13.79%)과 NH투자증권(10.00%)이다.
NH투자증권은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자유롭게 케이뱅크의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주주사는 사실상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현재 여건을 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은행법에서 은행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의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15% 이상 보유하되 해당 회사를 자회사로 두도록 했다.
우리은행이 당국의 승인을 받아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둔다 하더라도 이번엔 금융지주회사법이 발목을 잡는다.
이 법에선 금융지주 체제에서 은행이 다른 은행을 자회사로 두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단,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손자회사인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끌어올리면 된다. 이 경우 우리금융이 우리은행으로부터 케이뱅크 지분을 사들여야 하지만 우리금융 입장에서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비(非)은행 부문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주고 케이뱅크 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때엔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가 제기된다.
최근 주요 주주사 사이에서 논의된 우리은행 30% 미만 지분 확대방안은 이런 자회사 편입 문제를 우회해 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방안은 우리은행이 1천억원을 투입해 케이뱅크 지분을 29.7%로 늘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단, 새로운 대주주를 찾으면 지분을 매각하는 조건을 내거는 등 이번 지분 확대가 재무적 투자자(FI)로서 참여하는 것임을 명확히 해 자회사 편입 논란을 비껴가려 했다.
금융당국이 법령을 유연하게 해석해 이 방안을 승인해줄지 관건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은행업에 뛰어들어 혁신을 일으키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취지에 비췄을 때 재무적 투자자라 하더라도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NH투자증권 등판론도 나온다. 여기에도 관대한 법령 해석이 필요하다.
NH투자증권이 비금융주력자로 간주되는 것은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비금융회사인 농협경제지주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에서 동일인 중 비금융회사 자회사가 2조원이 넘으면 비금융주력자로 정의하는데 농협경제지주의 자산이 2조원이 넘는다.
NH투자증권 등판론은 지배구조의 시작을 농협금융지주로 보면 농협금융지주와 그 자회사가 모두 금융회사이므로 NH투자증권을 비금융주력자로 안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즉,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NH투자증권으로 보면 NH투자증권이 비금융주력자로 간주되지만 농협금융지주→NH투자증권에서는 금융자본이라는 이야기다.
농협이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차원에서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분리한 마당에 농협경제지주 때문에 농협금융지주 산하 자회사가 비금융주력자로 간주되는 것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새 주주사를 영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유상증자가 난항을 겪자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주주사로 영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에 관심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이번에 진행 중인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뛰어든 만큼 새 주주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결자해지 차원에서 KT가 나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는 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여당 내에서는 처벌 전력 요건 기간을 현재 5년에서 3년으로 줄이거나 담합 위반 부분을 일부 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거론되는 방향대로 법이 개정되면 KT가 구사일생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당장 시민단체와 금융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실제로 개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추가 증자를 위해서 주요 주주사와 신규 투자 후보자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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