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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생존율 더 높이자…"심장충격기 사용 겁내지 마세요"
10년새 심정지 생존율 3.8배↑…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은 여전히 1% 미만
"지역 특성 반영한 세밀한 체계 구축…현장 응급처치에 최소 3명"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골든타임 4분. 급성심장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 시행이나 자동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 AED) 사용이 이뤄져야 하는 시간이다.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응급처치부터 이송, 병원 치료까지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심정지 생존율은 대부분 10%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사이 심정지 생존율이 3.8배 증가했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06∼2017년 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를 보면 2006년 심정지 생존율은 인구 10만명당 2.3%에 불과했지만 2009년 3.3%, 2011년 4.1%, 2015년 6.3%, 2016년 7.6%, 2017년 8.7%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18차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ICEM 2019)에서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진행됐다.
14일 전문가들은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현장 응급처치라고 입을 모았다. 구급요원 도착 전 심폐소생술 시행이나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여부가 환자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 '껄떡호흡' 오해해 판단 지연…제세동기 위치 안내 필요
심정지 환자를 응급처치하려면 먼저 심정지 상태라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119에 신고하면 상황실에서 환자 상태를 듣고 판단한다.
문제는 심정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보호자나 목격자가 환자 상태를 잘못 설명해 심정지 판단이 늦어지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심정지의 경우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를 내는 이른바 '껄떡호흡'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호흡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박정호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장은 "당황한 보호자들은 환자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119 상황실에서 호흡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껄떡호흡 상태를 호흡이 가능하다고 답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정지 증상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향상과 신고 요령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정지 상태가 확인된 이후에는 응급처치가 이뤄져야 한다. 심폐소생술 시행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동심장충격기는 뇌 손상을 비롯한 신체장애가 심정지 이후 후유증으로 남지 않도록 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08년 1.9%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21%로 약 11배 늘었다. 하지만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은 여전히 1% 미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센터장은 "심폐소생술에 대한 사회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은 겁을 낸다"며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하려고 해도 보통은 장비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정지 대응체계가 선구적인 덴마크의 경우 일반인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이 16% 수준"이라며 "대중 교육이 잘 돼 있을 뿐 아니라 환자가 발생하면 문자메시지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제세동기 위치를 알려주는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 지역별 취약점 대응체계 마련…현장 구급요원 최소 3명 출동
일반인의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률을 높이는 등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지역화'가 꼽혔다.
홍은석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는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역화의 핵심"이라며 "중앙정부는 지역 특성을 반영하거나 각 지역의 취약한 환경을 고려한 대안을 내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만 보더라도 중앙정부에서는 시·도 단위를 비교하는 수준이지만, 실질적으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마을 단위 분석이 필요하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률이 낮은 경우 장비 설치가 부족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주민이 없기 때문인지 원인이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응급의료 사업단을 꾸린 대구는 이런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버스 운전기사, 아파트 경비원 등 심정지를 1차 목격할 수 있는 지역 주민을 교육 우선 대상자로 삼고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교육을 하고 있다"며 "이들 가운데 등록된 사람에게는 심정지 신고가 119에 들어오면 환자의 위치와 가장 가까운 자동심장충격기 위치를 문자로 알려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심정지 환자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체계는 전국이 동일하겠지만 이를 어떻게 실행할지는 각 지역에서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해서 질 높은 응급처치를 하려면 인력 확충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응급환자 발생 시 출동하는 119 구급대원은 통상 운전자를 포함해 2명 수준인데 최소 3명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박 센터장은 "심정지에 대한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하려면 구급대원은 의사로부터 지도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전화 연결과 흉부 압박, 기도확보, 자동심장충격기 조작 등을 동시에 해야 하므로 최소 3명의 인력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강현 ICEM 조직위원장(연세대 원주의대) 역시 "병원 전 단계에서 완전한 응급처치가 되려면 구급차에 3명의 응급구조요원이 탑승해야 한다"며 "또 구급차에는 의사나 1급응급구조사, 간호사가 함께 탑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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