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활동하며 1960년대 초부터 '물성' 탐구 매진…모노하에도 영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서 작품 100여점·미공개 자료 100여점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술가 곽인식(1919∼1988)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13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에서 막을 연다.
곽인식은 1919년 대구 달성군에서 태어나 1937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뒤 일본 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는 일찍부터 유리, 놋쇠, 종이 등 다양한 소재를 실험하며 사물과 자연의 근원을 탐구했으나, 그동안 그 예술적 성과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물성(物性)을 탐구하는 현대미술의 흐름과 관련해 통상 1960년대 후반 서구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1970년대 일본 모노하(物波)가 자주 언급된다.
곽인식은 이미 1960년대 초반부터 사물과 자연의 근원적 형태인 점, 선, 원에 주목해 물질을 탐구했다. 1970년대 모노하를 견인한 작가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는 양국에 소재한 곽인식의 작품 100여점과 미공개 자료 100여점을 통해 선구자적 면모를 다시 짚어보려는 시도다.
전시는 ▲ 현실 인식과 모색(1937년∼1950년대 말) ▲ 균열과 봉합(1960년대∼1975년) ▲ 사물에서 표면으로(1976∼1988년) 3개 공간으로 나뉜다.
첫 번째 공간에는 초기작 '인물(남)'(1937), '모던걸'(1939)과 패전 후 일본 현실을 반영한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 1955'(1955) 등이 전시된다.
두 번째 공간은 곽인식이 본격적으로 물성을 탐구한 작업으로 채워졌다. 원색 물감에 석고를 발라 두꺼운 질감을 표현한 모노크롬 회화, 캔버스에 바둑알, 철사, 유리병, 전구 등과 같은 오브제를 부착한 작업, 유리·놋쇠·철·종이 등 재료 자체에 주목한 작업 등이 함께 놓였다.
곽인식 작품 행위의 분수령이 된, 깨뜨린 유리를 붙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제시한 작업도 나왔다.
세 번째 공간은 돌, 도기, 나무, 종이에 먹을 활용한 작업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사후 여러 이유로 방치된 작품을 발굴해 총 48점을 복원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통상 한 전시당 수복하는 작품이 5점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미술관이 대대적 복원 작업을 진행한 셈이다.
아들 곽경직 씨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버지의 실험정신이 깃든 작품들을 다양하게 전시하니 다시 보인다"라면서 "작품 관리를 잘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제대로 보존수복을 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8월 초 학술심포지엄에서는 오광수 뮤지엄 산 관장, 미술사가 김현숙, 히토시 야마무라 도쿄도미술관 학예실장, 미술평론가 치바 시게오 등 양국 연구자 4인이 곽인식의 작품 세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전시는 9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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