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술값 내달라, 상품권 달라" 스폰서에 노골적 요구
'별장 동영상' 속 여성은 강남 유흥주점서 불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013년 공개된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여성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성접대를 하기 위해 강남 유흥주점에서 부른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은 윤씨 등 '스폰서' 역할을 한 사업가들에게 "술값을 내달라", "코트를 사달라", "명절 상품권을 달라"는 등 노골적 요구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으로 일하던 2005년 9월께 충주지역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하던 인물을 통해 윤씨를 소개받았다. 당시 윤씨는 서울 목동 일대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공소장에는 김 전 차관이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말까지 원주 별장, 강원도 골프장 숙소,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7차례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시됐다.
성접대는 주로 여성 이모 씨가 거주하는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이뤄졌는데, 윤씨는 "법조계에서 엄청 힘이 센 검사니 잘 모셔야 한다"며 김 전 차관에 대한 접대를 강요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폭행·협박이 동반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학의 사건'을 촉발한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2007년 12월 21일께 찍힌 것이라고 날짜를 특정했다. 또 그간 논란이 있었던 동영상 속 여성은 윤씨가 50만원을 주고 강남 소재 술집에서 부른 여성이라고 봤다.
윤씨는 강남 유흥업소를 통해 1인당 접대비 50만∼100만원에 여성들을 동원한 뒤, 김 전 차관 등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한다.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이씨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2014년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했었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동영상 촬영 날짜를 특정하자 이씨는 당시 자신은 짧은 머리를 하고 있지 않았다며 "내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이 원하는 것을 '스폰서'들에게 직접적으로 요구한 여러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김 전 차관은 윤씨가 입은 200만원 상당의 고급 코트가 멋있어 보인다며 같은 코트를 사 달라고 요구하고, 윤씨 사무실에 걸린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고 "이 그림을 내 집무실에 걸어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요구해 즉석에서 1천만원 상당의 그림을 받았다.
또 다른 스폰서인 사업가 최모 씨는 김 전 차관의 술값 계산을 떠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초여름께 최씨에게 "직원들 회식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를 하나 달라"고 요구해 2008년 10월까지 골프장, 강남구 술집 등에서 2천550여만원을 결제했다.
또 "명절 때 사용할 상품권을 달라"고 요구해 2007∼2010년 설·추석 때마다 100만원씩 총 70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았다.
강남 식당에서 먹은 술과 음식값을 결제해달라고 요구해 최씨가 법인카드로 총 236만원원을 대신 내기도 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된 김 전 차관의 재판은 내달 4일 시작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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