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오사카 G20 정상회의, 미·중 갈등 푸는 분수령 돼야
(서울=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어 끓어 넘치는 듯하다. 두 나라의 경제 패권 다툼으로 세계는 증시가 요동치고, 경제성장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 경기 전반이 위축되는 차원을 지나 개별 기업이 타격을 받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와중에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미·중 갈등을 푸는 계기가 돼야 한다. G20은 국제사회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20개 국가가 모여 주요 세계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금 지구촌에는 미·중 무역 전쟁보다 국제사회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없다고 할 정도로 양국 갈등은 심각하다.
전 세계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지난 4~5일 세계적 기술 기업들을 불러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가담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한다. 이 기업들에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포함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한국 개별 기업을 콕 집어 압박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자국 편에 서라고 요구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신세다. 최근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사드 보복 사례를 암시하며 한국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 등 한국 기업을 겨냥해 화웨이와의 협력 중단 요구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을 했다.
G20 회의는 세계 경제의 순항을 위해 존재한다. G20 정상들이 가장 중대한 국제 경제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밥만 먹고 헤어진다면 G20 무용론이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G20을 앞두고 지난 7일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주목한다. 시 주석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미·중 관계가 붕괴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는 그럴 의향이 없고, 우리의 파트너들도 마찬가지"라면서 "내 친구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러한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무역 전쟁 해법을 찾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좀 더 타협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경제 규모 1, 2위인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상호 고율 관세 부과로 무역 전쟁을 시작한 뒤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은 대만을 국가로 취급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 양국 무역 갈등은 안보 분야로 번지는 듯한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내년 세계 총생산이 530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G20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들기보다 갈등 해소를 유도해야 한다. 한국도 그런 노력에 동참하면서 미·중으로부터 들어오는 개별적인 압박을 피할 수 있도록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고난도 경제 외교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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