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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준영 책고집 대표 "빈곤층·어르신 위한 인문학 전파"
수원화성 성곽둘레길 부근서 '작은도서관' 고집하는 '거리의 인문학자'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가난한 분들, 노인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경기 수원화성 성곽 둘레길 부근에 자리한 작은도서관 '책고집' 최준영(54) 대표가 밝힌 꿈이다.
2005년부터 노숙인과 미혼모, 한부모 가족, 교도소 수형인 등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펼친 최 대표는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 교수'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며 알게 된 수강생들과 만든 '책고집' 온라인 독서 동아리 모임의 첫 오프라인 공간이 책고집이다.
그는 인문학을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삶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가가 희망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9일 "야학으로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에서 직접 야학을 가르치며 추구하게 된 삶의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돈이나 쫓는 일을 한다면 지금까지의 인생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인문학을 통해 '삶이 고통스럽고 힘든 사람들에게도 자기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주자'는 게 책고집의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사재를 털어 지난해 12월부터 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70평 규모의 도서관 벽면에는 개인 도서와 기부받은 3천500여권이 가득 채워져 있다.
요일마다 열리는 사회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는 이 작은도서관이 지닌 강점 중 하나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와 기생충 전문가 서민 교수, 신형철 문학평론가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책고집을 다녀갔다.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조지타운대 교수가 '인턴'을 자청했다. 최 대표는 덕분에 여름방학 동안 '청소년을 위한 과학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책고집이 추구하는 가치에 동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고집을 기반으로 자신 같은 '거리의 인문학자들'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지자체나 기업 등이 여는 인문학 강좌를 보면 매번 찾는 사람들만 수강을 신청하더라"며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생계에만 몰두해야 하는 이웃들은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적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도서관에서 열리는 다양한 강좌를 통해 가난한 분들,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인문학을 알려주는 '강사 요원'을 배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분들과 더 많은 모임, 공동체를 만들어 의미 있는 인문학 강좌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최 대표는 도서관을 관리할 직원 한 명을 두고 외부 강의를 다니며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애초 돈벌이는 되지 않을 거라 각오하고 시작한 도서관이지만, 최근 들어 경제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인문학 한 강좌당 2만∼5만원에 불과한 수업료로는 최근 수원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곽 주변의 건물 임차료와 강의료를 지불하기에 충분치 않다.
최 대표는 "지금으로선 자체 수익구조가 없지만, 공익사업을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키워 볼 생각"이라며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소외계층을 향한 책고집 가치에 공감해 도서관을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된 최 대표는 성프란시스대학과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등에서 인문학 등을 강의했다.
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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