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보호해 주세요"…포항시 보호에 골머리
탐방객·사진동호인 몰려, 서식지 모래밭 'ATV 이용 자제' 팻말도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2일 오전 경북 포항 한 바닷가 모래밭에 사진동호인 3명이 커다란 망원렌즈를 앞에 둔 채 서 있었다.
이들이 찍으려는 것은 멸종위기등급 관심대상인 쇠제비갈매기.
쇠제비갈매기는 전국 바닷가 자갈밭이나 강가 모래밭에서 서식하는 여름새다.
4월 하순에서 7월 사이에 알을 낳는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 번식하고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국내에서는 부산 낙동강 하구 모래섬과 금강 주변 등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였다.
그러나 환경 변화로 점차 서식지가 변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지난 5월 전북 군산 새만금사업지구에서 조사한 결과 5천여마리가 서식해 비교적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과 영덕 등 경북 동해안에도 보기 드물게 쇠제비갈매기 수십 마리가 서식하고 있고 내륙에서는 안동 낙동강 모래섬에 수십 마리가 번식하고 있다.
사진동호인은 바다와 쇠제비갈매기 서식 모습을 함께 찍을 수 있어 알음알음으로 포항 바닷가 모래밭을 찾아오곤 한다.
일부 학자는 언론을 통해 올해 처음 포항에서 쇠제비갈매기가 발견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조류전문가나 사진동호인 사이에는 2005년께부터 포항 바닷가에서 서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
지난달 중순에 포항 서식지에서는 쇠제비갈매기 10여쌍이 알을 낳은 데 이어 하순에는 알에서 깨어난 새끼 쇠제비갈매기가 둥지를 떠나 인근 수풀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쇠제비갈매기가 둥지를 틀거나 새끼가 태어난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동호인 발길이 줄을 이었다.
워낙 둥지가 작고 알이 모래색과 비슷해 조류 탐방객이나 사진동호인이 실수로 파손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문제는 산악오토바이를 즐기는 동호인이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주변을 마구 돌아다니는 바람에 둥지가 파손된다는 점이다.
이곳에 있는 둥지 10여곳 가운데 벌써 여러 곳이 파손돼 알이 깨졌다.
일부 주민이 새를 보호하기 위해 둥지 주변에 장애물을 설치했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포항시는 최근 서식지 주변 2곳에 사륜바이크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팻말을 세웠다.
한 사진 전문가는 "올해 워낙 많은 알이 깨져서 쇠제비갈매기가 다시 포항을 찾을지 모르겠다"며 "동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만큼 서식지를 잘 보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