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 독성 지방산 배출, 성상교세포가 돕는다"
미국 HHMI 연구진, 지방산 입자 성상세포 내 축적 확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활동 항진(hyperactive) 상태의 뇌 신경세포(뉴런)는 손상된 독성 지질(lipid)을 지방산 입자 형태로 배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배출된 지방산 입자는 성상교세포가 받아 자체 에너지 생성 원료로 쓴다는 것도 밝혀졌다.
뉴런의 과도한 활성화에 따른 파괴적 부작용으로부터 다른 뉴런을 보호하는 뇌의 메커니즘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런 독성 지질이 제거되지 않고 쌓이면 알츠하이머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HHMI) 자넬리아 리서치 캠퍼스의 과학자들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저널 '셀(Cell)' 최근호에 발표했다.
2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를 보면, 뉴런의 핵심 조력자인 성상교세포(astrocytes)가 이 메커니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런이 급속히 흥분해 과민 상태로 가면, 세포 내 지질 분자가 손상돼 독성 지방산으로 변한다. 대부분의 세포는 이런 지방산의 축적을 막기 위해 지방산을 격리하거나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원료로 쓴다. 하지만 뉴런의 처리법은 좀 달랐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이자 연구그룹 리더인 저 류 박사는 "대신 뉴런은 지방산의 제거를 성상교세포에 맡긴다"면서 "오래전부터 비슷한 메커니즘이 있으리라는 추론은 제기됐지만 이번 연구에서 구체적인 작용 원리가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과잉 활성 상태의 뉴런은 특이하게도, 독성으로 변한 지방산을 입자 형태로 포장해 배출했다. 류 박사는 "뉴런이 지방산을 입자 형태로 배출하리라곤 다른 연구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이 페트리 접시에 배양한 생쥐의 뉴런을 자극하자, 지방산은 입자로 변해 세포밖으로 나왔다. 이어 성상교세포가 이들 입자를 삼키자, 에너지 생성과 지방산 해독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도가 높아졌다.
성상교세포는 삼킨 지방산을 자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원료로 소진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생쥐 실험에서 이를 일부 확인했다.
생쥐의 뇌에 뇌졸중 비슷한 병소가 생기게 하자, 뉴런이 지방산 배출에 관여하는 단백질 군을 급속히 늘렸고, 이렇게 배출된 지방산은 성상교세포 안에 축적됐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뉴런에서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이런 경로가 고장 나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연구를 통해 확인된 건 없다.
다음 단계로 연구팀은, 배양 세포에서 확인된 메커니즘이 알츠하이머를 가진 생쥐에서도 작동하는지 실험할 계획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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