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과감한 결단으로 국회 정상화 앞당기길
(서울=연합뉴스)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됐지만 국회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다. 소집 요구 없이 5월을 흘려보내고 6월 첫 주를 맞았음에도 정상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회동하여 이견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서로 양보하고 국회를 열어 민생과 경제를 챙기라는 민심은 이제 실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다. 당장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이 기관이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한 결과,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국회의원을 퇴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므로 찬성한다'라는 응답이 77.5%에 달했다.
민의가 이처럼 차갑고 사나운데도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 사이에 타협할 여지가 적어 보여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더불어 개정 선거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패스트트랙)한 것은 국회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를 반대하는 한국당에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갈등 양상에 유감을 표하는 선에서 명분을 주고 국회 복귀를 설득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까 지정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상화에 합의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180도 다른 의견의 충돌이다. 이럴 때일수록 절실한 것은 원내대표들이 민심의 소재를 주의 깊게 살펴 정치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막판까지 인내하며 한국당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공전의 책임이 민주당보다 한국당에 더 있다고 보는 여론을 고려하여 지정 철회나 사과처럼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거둬들이고 등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촉구한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중간당의 지혜를 가지고서 양측의 절충 공간을 넓혀주길 기대한다.
국회는 올해 들어 일하는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 1월과 2월 사실상 개점휴업했고 3월에도 일부 비쟁점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이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뒤에는 정국이 더 얼어붙어 공전을 지속했다. '식물국회' 비난을 받아도 항변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것이다. 국회에는 현재 추가경정예산안뿐 아니라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택시·카풀 관련 입법 과제 등 숙의와 결단이 필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최근에는 북미 비핵화 대화가 답보하는 가운데 헝가리에서 유람선 침몰 사고가 나고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는 등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 잇따랐다. 여야 주요 정당은 이런 현실의 엄중함을 직시하여 민의의 전당에 서둘러 불을 밝히고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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